유영철씨 도주직후 가족과 동반자살 하려했다

  • 입력 2004년 7월 20일 06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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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 유영철씨는 15일 밤 12시경 경찰에서 도주한 뒤 가족과 함께 동반자살을 하려고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유씨는 서울경찰청 기동수사대에서 탈출한 뒤 어머니와 여동생에게 전화를 해 마포구 노고산동 자신의 오피스텔로 급히 올 것을 요구했다. 유씨는 집에서 가족에게 연쇄살인 사실을 모두 털어놓은 후 가스를 켜 동반자살하려 했다는 것.

그러나 동반자살은 이뤄지지 않았고 유씨는 서울 영등포역 근처의 한 여관방으로 와 밤새 TV를 보면서 자신의 사건이 보도되는지를 지켜봤다.

16일 오전 10시경 여관을 나온 유씨는 약국 몇 곳을 돌며 수면제 360알 등 자살 도구를 구입했다. 이혼한 전처와 처음 만난 장소인 인천 영종도를 자살 장소로 택한 유씨가 영종도행 버스정류장으로 가려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순간 검문 중이던 경찰에게 붙잡혔다는 것이 그의 진술이다.

앞서 유씨를 최초로 검거한 서울기동수사대 양필주 경장(35)은 14일 오후 9시경 평소 알고 지내던 강남의 전화방 업주에게서 “같은 남자에게 전화를 받고 나간 도우미들이 계속 사라진다”는 제보를 처음 받았다.

양 경장은 5시간쯤 후인 15일 오전 2시반경 “같은 남자가 또 여자를 불렀다”는 연락을 받고 유씨가 여자를 만나기로 한 마포구 노고산동 길에서 전화방 업주들과 함께 주변 감시에 나섰다.

오전 4시반경 양 경장은 첫 대기장소에서 기다리고 있던 전화방 업주들에게서 유씨가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급한 대로 근처의 서강지구대에 신고토록 했다.

양 경장이 도착할 무렵 전화방 업주들과 서강지구대 김기주 경장(37)은 유씨에게 수갑을 채우고 경찰차에 태우기 위해 몸싸움을 하던 중이었다. 한편 전화방 업주들은 “김 경장이 나타나기 전 유씨를 붙잡고 있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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