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상자 ‘비자금 사과박스’인줄 알고 강탈…돌려주다 잡혀

  • 입력 2004년 7월 14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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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 홀로 집에’에 나오는 강도를 연상시키는 어리숭한 강도가 경찰에 붙잡혔다.

김모(26), 윤모씨(27)는 8일 오후 9시경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도로에서 누군가 사과상자 2개를 차량 트렁크에 싣는 장면을 우연히 목격했다.

이들은 직감적으로 이 사과상자가 TV에서 본 것처럼 정치인 등에게 전달하려는 비자금 상자라 생각하고 이 차량을 미행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까지 30여분간 추격해 차량 주인의 집을 확인한 이들은 인근 PC방에서 대기하다 다음날 오전 8시반경 집에서 나온 한모씨(41·무역업)를 흉기로 위협했다. 그리곤 사과상자 1개를 빼앗아 달아났다.

그러나 상자에 담긴 것은 회계서류뭉치뿐이었다. 당황한 이들은 곧바로 퀵서비스를 불러 한씨의 아파트 경비원에게 ‘꼭 한번 전화 주십시오’라는 당부의 말과 김씨의 휴대전화 번호가 적힌 메모를 전달했다. 13일 오전에는 서류 상자를 택배로 되돌려보냈다.

그러나 경찰은 전화번호를 추적해 이날 오후 4시경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여관에서 김씨를 붙잡았다. 김씨는 “(한씨가) 사과상자를 실으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것처럼 보여 돈이 든 줄 알았다”며 “선배(윤씨)와 내가 전과 5, 6범이라 또 붙잡히면 감방에서 몇 년은 족히 썩을 것 같아 (한씨에게) 사과하고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에 대해 강도 혐의로 14일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달아난 윤씨를 쫓고 있다.

성남=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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