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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7월 6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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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에 밀려 도시 주변에서 사라져간 토종 야생식물들이 집 근처 공원에서, 아파트 단지에서, 하천변에서 부활하고 있다. 10여년 전만 해도 너무 흔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우리 들꽃과 풀을 새삼 ‘돈 들여’ 재배해 내다파는 ‘봉이 김선달’ 같은 사람들 덕분이다.
경기 양평군의 영농조합법인 G-랜드 대표 이관준씨(46)가 그런 사람이다. 이곳 용담리 1만여평의 이씨 농장에는 토종 들꽃과 들풀, 수생식물 등 200여종, 150만 포기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각각 120평 남짓한 비닐하우스 40여동은 온갖 야생화와 들풀로 가득하다.
이씨는 15년간 서울시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며 공원 조성 업무 등을 하다가 99년 사표를 냈다. “꽉 막힌 공무원 조직에선 평소 생각해 온 공원을 만들 수 없었기 때문”이다.
퇴직 후 3년 동안 야생화 농원에 들어가 꽃 재배기술과 경영을 공부하고 2002년 독립해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다. 때마침 공원과 아파트 단지 조경에 야생식물을 활용하는 붐이 일면서 지난해에만 12억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 내 평화공원, 하늘공원 등에 깔린 띠와 억새 등이 이씨의 ‘작품’이다.
토종식물로 조경을 할 경우 자연스러운 경관은 물론 계절에 따라 다양한 꽃을 감상할 수 있고, 생명력도 길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야생이라고 해서 아무데서나 잘 자라는 것은 아니다. 습지와 건지, 양지와 음지 등을 잘 가려서 지질에 맞는 품종을 심어야 한다.
이씨처럼 대규모로 야생풀과 꽃을 재배 판매하는 ‘업체’는 전국에 7, 8곳. 하지만 이씨의 성공 소식이 전해지자 양평군에서만 회원 수 25명에 달하는 ‘들꽃사랑’이라는 모임이 만들어지는 등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
이씨는 “이곳 야생식물 재배단지를 관광상품으로 개발해 우리 들풀의 아름다움을 많은 사람들이 체험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양평=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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