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해인사 건립추진 논란

  • 입력 2004년 6월 24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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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의 신행도량(제2해인사) 건립 예정 부지.-사진제공 해인사
해인사의 신행도량(제2해인사) 건립 예정 부지.-사진제공 해인사
“법보(法寶) 종찰 해인사가 대규모 신행도량(제2해인사)을 건립해 환경 훼손에 앞장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불교환경단체)

“제2해인사는 일반인의 수행공간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하며 환경친화적인 시설이다.”(해인사)

경남 합천 해인사(주지 세민 스님)가 대규모 신행도량과 암자(내원암)의 건립을 추진하자 불교환경단체와 해인사 출신 일부 스님들이 환경 훼손을 우려하며 반대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해인사는 2001년 높이 43m의 청동대불 건립을 추진하다가 수경 도법 스님과 환경단체의 반발로 취소한 적이 있다.

해인사는 2006년 완공을 목표로 옛 해인초등학교와 상가건물이 있는 터에 235억원을 들여 8600평 규모의 제2해인사를 건립할 예정이다. 해인사는 이곳에 최근 제작 중인 동판 팔만대장경을 보관할 법당, 일반인 외국인을 위한 수행공간 및 숙소, 대규모 지하주차장을 짓는다. 또 종정 법전 스님의 처소로 쓰일 내원암을 율원(律院·계율을 가르치는 곳) 바로 뒤편에 건평 390평 규모로 짓는다.

이에 대해 불교환경연대 등 17개 단체는 최근 ‘해인사의 대형건축 불사 계획과 관련된 우리의 입장’이라는 성명을 내고 “이번 불사는 물량주의에서 비롯된 환경과 전통적 가치의 파괴”라며 “내원암도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장경각에서 300m 이내에 있어 문화재보호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크게 짓고 보자’는 대작 불사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앞서 해인사 출신 스님 78명도 ‘해인총림 현안 문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건의서를 해인사 본말사에 보내 “해인골프장과 가야산 관통도로(59번 국도)의 건설을 저지한 해인사가 대형 불사로 환경을 훼손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해인사 소유인 가야산 마장마을 일대에 납골당을 비롯해 골프장 스포츠단지를 지으려고 하는 계획도 철회하라고 요청했다.

한편 세민 스님은 “제2해인사는 매년 수십만명에 이르는 참배객과 법회에 참석하는 불자의 수를 볼 때 결코 큰 규모가 아니다”라며 “건설 부지도 상가와 옛 초등학교 터여서 환경 파괴의 우려가 없고 사하촌(寺下村)을 정비하는 효과도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그는 “내원암의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해인사는 25일 산중(山中)총회를 열고 스님들의 의견을 수렴키로 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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