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4년 6월 8일 21시 05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시 공무원들은 외형상으론 허 시장의 취임을 전폭적으로 환영하는 듯했지만 속내는 제각각일 가능성이 크다.
한 계장은 “웃는 얼굴과 달리 속이 타들어가고 있는 간부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를 반영하듯 부산지역 공무원사회는 조용하면서도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분위기다.
행정·정무 부시장이 맞붙은 유례없는 보궐선거가 펼쳐지면서 호불호(好不好)에 따라 일부 공무원들이 이른바 ‘줄’을 섰다는 게 관가의 공통된 분석이다.
또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당선자 편’ 또는 ‘낙선자의 사람’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두 호보의 비방전이 가열되면서 양측의 상처도 컸다.
선거기간 당시 부산시의 한 간부는 “평소 얼굴을 맞대고 친하게 지내던 후보에게 갑자기 중립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도 힘든 데다, 선거 결과에 따른 불이익도 걱정돼 곤혹스러웠던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었다.
오죽했으면 국무총리실과 부산시, 부산지방경찰청이 특별감찰활동까지 벌였겠는가.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허 시장이 곧 실시될 고위 간부 인사를 논공행상(論功行賞)식으로 한다면 부산지역 공직사회는 또다시 큰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다음 선거에서 ‘줄서기’ 관행을 줄이기보다는 ‘줄을 잘 서야 한다’는 나쁜 선례를 남길 수도 있다.
열린우리당 오거돈(吳巨敦) 후보는 선거 결과가 확정된 직후 허 시장 캠프를 찾아 악수를 건네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였다. 그 악수에는 ‘앙금을 털고 모든 면에서 공정하게 부산시정을 이끌어 달라’는 뜻이 내포돼 있었을 것이다.
다행히 허 시장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공정한 인사는 물론 선거 때 일한 사람들을 마구 발탁해 행정에 어려움을 초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허 시장이 관가 내외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진정한 지역통합과 부산발전에 매진할 수 있기를 시민들은 고대하고 있다.
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