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사건 73건 4년동안 캐비닛에 숨긴 ‘정신나간 경관들’

  • 입력 2004년 5월 17일 18시 25분


수십건의 고소사건 처리결과를 허위 기록하고 수사기록을 최장 4년 가까이 개인 캐비닛 등에 숨겨 온 경찰관 3명이 검찰에 검거됐다.

이들이 묵살한 고소사건은 모두 73건으로 이 중에는 공소시효가 지난 것도 있다.

검찰은 이들이 법적 책임을 면한 피고소인들로부터 금품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경기 광주경찰서 소속 이모(47), 유모(45), 김모 경사(47)를 각각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17일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광주경찰서 조사계 직원인 이 경사는 2000년 7월 오모씨가 폭력행위 등의 혐의로 김모씨를 고소한 사건을 수사하지 않은 채 경기 김포경찰서로 이송한 것처럼 범죄사건부를 허위로 기록한 혐의다.

검찰 조사결과 이 경사가 범죄사건부를 허위로 기록하거나 사건전산망인 경찰 범죄정보시스템에 피고소인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거짓 정보를 입력한 고소사건은 지난달 6일까지 모두 38건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11건은 조사계 서무담당(불구속 입건 예정)과 공모해 조직적으로 은폐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 경사는 매년 11월 실시되는 검찰의 유치장 감찰과 경찰청 및 경기지방경찰청의 감사 등에 대비해 이들 사건의 수사기록을 모두 개인 캐비닛 등에 숨겨 왔다. 이 경사가 은닉한 고소사건 가운데는 은닉기간 공소시효가 지나버린 사건도 3건 포함돼 있다. 김 경사도 이 경사와 같은 수법으로 24건의 고소사건에 대한 처리결과를 허위로 기록하고 사건기록을 숨겨 온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김 경사는 형사민원처리부에 조사계장 및 수사과장 등 결재권자의 도장까지 임의로 찍었다가 검찰 조사에서 적발됐다.

검찰은 광주경찰서에서 오랫동안 고소사건을 처리하지 않고 있다는 한 고소인의 민원에 따라 유 경사를 조사하다 유 경사가 모두 11건의 고소사건을 고의로 은폐한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를 확대해 왔다. 이들은 검찰에서 “고소사건이 워낙 많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다가 감사에서 지적받을 것을 우려해 범죄사건부 등을 허위로 기록했을 뿐 금품을 수수한 적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이들이 수시로 허위 기록한 범죄사건부에서 문제가 될 사건은 아예 삭제한데다 범죄정보시스템까지 거짓 정보를 입력한 것은 단순히 ‘감사회피용’으로 보기 힘들다고 판단, 금품수수 여부 등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묵살한 고소사건 가운데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로 송치하도록 해 직접 조사할 계획이다.

성남=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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