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식품위생법으로 ‘藥보다 센’ 다이어트식품에 무죄

  • 입력 2004년 5월 12일 19시 03분


식품에 첨가물을 과다 사용한 혐의로 기소된 제조업자에 대해 법원이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며 무죄를 선고, 식품위생법의 허술한 조항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남부지법 형사 7단독 김진형(金晋亨) 판사는 제산제로 쓰이는 수산화마그네슘을 ‘의약품 등 표준 제조기준’ 이상 다이어트식품에 사용한 혐의로 기소된 K제약사 대표 김모씨(43)에 대해 최근 무죄를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식품위생법의 관련 규정이 ‘필요 최소량’으로만 나와 있는 등 지나치게 불명확해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형벌법규의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의약품의 경우 표준 제조기준이 규정돼 있지만 이를 제정목적이나 규율대상이 다른 ‘식품첨가물의 기준 및 규격’ 규정을 해석하는 데 원용 유추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현행 식품위생법은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의 제조 가공 등에 관한 기준과 성분 규격을 정해 고시하도록 한 뒤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식약청 규격은 ‘식품 중에 첨가되는 첨가물의 양은 물리적, 영양적 기타 기술적 효과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최소량으로 제한 사용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을 뿐 ‘필요한 최소량’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나 해석이 없다.

김씨는 지난해 2월 의약품 제조허가 기준상 1일 최대섭취량이 2.4g인 수산화마그네슘을 1회 섭취용량인 1포에 3.75g씩 넣은 식이섬유보충용 식품을 만들어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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