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영 투신자살]"토할 것 같다" 車세우고 투신

  • 입력 2004년 4월 29일 18시 42분


29일 서울 반포대교에서 투신자살한 박태영 전남지사의 부인 이숙희씨가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대병원 응급실에서 남편의 시신을 확인한 뒤 울먹이며 나오고 있다.  -연합
29일 서울 반포대교에서 투신자살한 박태영 전남지사의 부인 이숙희씨가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대병원 응급실에서 남편의 시신을 확인한 뒤 울먹이며 나오고 있다. -연합
29일 박태영(朴泰榮) 전남도지사의 투신자살은 좁혀오는 검찰 수사에 대한 압박감과 부하 직원에 대한 배신감, 그리고 최근 겪은 정치적 소외감 등이 복합적인 원인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박 지사 최근 행적=24일 광주에서 서울로 이동한 박 지사는 자택에서 휴식을 취한 뒤 검찰 출두를 앞둔 26일 전남도에 5일간의 휴가원을 제출했다. 27, 28일 이틀 동안 검찰 수사를 받은 박 지사는 29일 오전 서초구 반포동 팔래스호텔에서 이종찬 권오영 변호사 등과 대책을 협의했다.

그러나 당초 오전 11시까지 검찰에 출두할 예정이었던 박 지사는 압박감과 피로 탓인지 구토를 계속해 이날 오후로 출두를 연기했다. 운전사 임청기씨(63)는 “박 지사가 조찬자리에서 아무 것도 먹지 못할 정도로 몸이 좋지 않았으며 검찰로 출발하기 전 구토증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박 지사는 낮 12시15분경 서울남부지검으로 가기 위해 변호사 2명과 함께 승용차에 탔으나 계속 구토증상을 호소해 우선 용산구 동부이촌동 금강병원으로 가기로 하고 변호사들은 차에서 내렸다. 이후 박 지사는 운전사와 함께 반포대교를 건너다 투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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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한때 박 지사가 투신한 게 아니라 구토를 하다 실족했을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경찰은 “다리 난간 높이가 1m가 넘어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운전사 임청기씨(63)는 “다리 위에 정차했기 때문에 다른 차들을 신경쓰느라 박 지사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자세히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왜 투신했나=검찰 관계자 등에 따르면 박 지사는 조사 과정에서 부하직원들의 진술로 혐의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자 인간적인 배신감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비리에 직접 관련된 부하직원들이 자신을 보호하려 하지 않는 바람에 궁지에 몰리게 됐다는 것.

검찰에 따르면 박 지사는 혐의가 드러나자 27일 검찰 조사를 받기 직전 혐의 사실을 부분적으로 인정하는 자술서를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 지사의 변호인이 29일 오전에도 수사팀에 전화를 걸어 “비리를 자백할테니 지사 재직시 인사청탁과 함께 받은 5000만원은 형량이 높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가 아니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처리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최근 민주당을 탈당하고 열린우리당에 입당하려 했지만 입당이 보류되는 등 정치적 입지가 크게 흔들린 것도 심적 동요를 부추겼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총선을 한 달 앞둔 지난달 15일 박 지사는 민주당 당적을 버리고 열린우리당 입당을 발표했으며 이후 열린우리당 전남도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는 등 사실상 열린우리당 당원으로 활동해 왔다.

그러나 박 지사가 검찰에 소환된 이달 27일 열린우리당은 “박 지사 입당에 대한 중앙위원회의 최종 결정이 없었으며 따라서 박 지사의 입당은 보류된 상태”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의 한 측근은 “박 지사가 열린우리당의 이런 태도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고 전했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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