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자 침입 라면-소화제 먹고…못말리는 반달곰 ‘장군’

  • 입력 2004년 4월 20일 18시 43분


‘달마야 놀자.’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가슴곰이 암자에 침입하는가 하면 민가를 부수고 꿀을 훔쳐 먹는 등 ‘횡포’를 부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일 국립공원관리공단 반달가슴곰팀에 따르면 반달곰 ‘장군’이는 최근 지리산 정상 부근의 모 사찰 암자에 들어가 10여일간 머물며 문지방을 부수고 쌀과 라면 등 보름치 식량을 먹어치웠다.

장군이는 스님이 암자를 장기간 비운 사이에 비타민제 소화제 등 약까지 먹었고 실내외 곳곳에 배설물을 남기기도 했다. 장군이는 스님 방에서 이불까지 덮고 잠을 잔 흔적도 남겼다.

한상훈 반달가슴곰팀장은 “발신추적기로 장군이 있는 곳을 확인해 암자 주위에서 장군이를 숲 속으로 돌려보냈지만 사찰은 이미 엉망이 된 뒤였다”면서 “장군이가 호기심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붙잡혀 다시 방사된 반달가슴곰 ‘반돌’이도 ‘꿀 도둑’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수차례 민가에 접근해 주민들이 공포에 떨기도 했다. 반돌이는 붙잡히기 전에도 세 차례나 토종꿀을 찾아 먹어치우고 집을 부쉈다.

반달곰팀 대원들은 반달곰이 마을로 내려오는 것을 막기 위해 민가 주변에 철책을 치고 24시간 근무하고 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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