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12년 여객선 타이태닉호 침몰

  • 입력 2004년 4월 13일 18시 46분


그날은 일요일이었다. 날씨는 맑았고 파도는 잔잔했다.

빙산(氷山)이 떠다니고 있다는 첫 무전이 들어온 것은 이날 아침. 오후엔 불과 32km 떨어져 있던 캘리포니안호로부터 수차례 경고가 날아들었다. 전문은 다급했다. “빙산에 둘러싸여 옴짝달싹도 할 수 없다!”

그러나 선장 에드워드 스미스는 속도를 늦추라는 말은 끝내 하지 않았다. 그 무렵 대서양을 운항하는 여객선들은 속도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었다. 어떻게든 예정된 시간에 돛을 내려야 했다.

빙산에 한눈을 팔 겨를이 없었다. 선장은 200만마일 무사고 항해기록을 갖고 있는 베테랑이었다.

초호화여객선 타이태닉.

4만6329t에 선체 길이만 272m. 보잉 747기 4대를 나란히 연결해 놓은 것과 맞먹는 그야말로 ‘타이탄(titan)’이었다. 떠다니는 궁전이었다. 불침선(不沈船)임을 장담했다.

그러나 영국 사우샘프턴을 떠나 미국 뉴욕으로 처녀항해에 나선 배는 어이없이 침몰하고 만다. 승객 2224명 가운데 1515명이 수장됐다. 1912년 4월 14일 자정 무렵부터 다음날 새벽 사이의 일이었다.

배가 처음 빙산과 부딪쳐 생긴 틈새는 옷가지로도 틀어막을 수 있을 정도로 작았다. 3cm가 채 안 되었다. 승무원들이 침착하게 대처했더라면 구조선이 도착할 때까지 2시간여는 버틸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유달리 미신에 집착하는 뱃사람들이 왜 하필 타이태닉이라고 했을까.

그리스 신화의 티탄(Titan·타이탄)은 지옥 저 끝, 햇볕도 안 드는 깊은 연못 타르타로스에 갇히지 않았던가. 타이태닉의 최후는 ‘타이탄의 저주’였던가.

4000m 해저로 가라앉은 배는 73년이 지나서야 잔해가 발견된다. 미국의 해양학자 로버트 밸러드가 수중음파탐지기를 이용해 두 동강이 난 채 곧추 서있는 타이태닉을 찾아냈다.

바로 또 그 이듬해에 미국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폭발사고를 예견해 세상을 놀라게 했던 밸러드. 최첨단 잠수정의 설계자인 그는 말했다.

“미항공우주국(NASA)이나 타이태닉을 만든 사람들은 아주 비슷하다. 새로운 기술이 열리면 스스로 거기에 도취되고 만다.”

이기우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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