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선거구 후보 출신지 따라 시군대항전 양상

  • 입력 2004년 4월 6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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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3개 시군이 통합돼 신설된 복합선거구에서 후보의 출신지에 따른 시군 대항전 양상이 나타나 소지역주의가 선거전의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한 선거구가 된 충남 예산-홍성은 한나라당 홍문표, 자민련 조부영(이상 홍성 출신), 열린우리당 임종린, 무소속 오장섭 후보(이상 예산 출신)간에 소지역 감정을 부추기는 선거전이 치열하다. 후보들은 서로가 “나를 밀지 않으면 국회의원을 상대 군에 빼앗긴다”, “국회의원을 상대 군에 내주면 곧 이전할 충남도청도 빼앗길 것”이라며 지역이기주의를 건드리고 있다.

민주당 배기운, 무소속 최인기(이상 나주시 출신), 열린우리당 문두식 후보(화순군 출신)가 경합하고 있는 전남 나주-화순 선거구의 경우 특히 지역세가 상대적으로 큰 나주에서 “화순 출신 후보가 당선되도록 할 수는 없다”며 “나주 출신을 당선시키기 위해서는 두 후보 중 한쪽에 표를 몰아줘야 한다”는 주장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생활권이 다른 두 시군을 합치다보니 내 고장 후보를 당선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먹혀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총선까지 청송-영양-영덕과 울진-봉화로 나뉘었다가 재조정된 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선거구도 소지역주의가 만만치 않다. 영덕군은 울진군 다음으로 유권자가 많은 곳이나 이 지역 5명의 후보 가운데 영덕 출신이 없어 영덕이 캐스팅보트를 쥔 형국이다. 울진 출신 한나라당 김광원, 무소속 김중권 후보는 물론이고 유일한 봉화 출신인 열린우리당 박영무 후보 등이 모두 영덕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신설 선거구는 아니지만 부산 북-강서을, 해운대-기장을 등 도농통합형 선거구는 소지역주의와 함께 농촌지역 유권자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이중의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

북-강서을의 출마후보 4명 대부분이 농촌지역인 강서을(유권자 4만여명)은 제쳐둔 채 도시지역인 북구(유권자 10만여명)만 누비고 있어 강서쪽에서는 불만 여론이 팽배해지고 있다. 강서쪽 유권자 K씨(자영업)는 “후보들이 인구가 적고 돌아다니기 힘든 농촌지역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며 “강서 출신에게 표를 몰아주어야지 서러워 못살겠다”고 말했다.

총선취재팀=윤승모기자 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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