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보면 수능OK” 이상열기

  • 입력 2004년 3월 28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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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부터 시작되는 교육방송(EBS) 대학수학능력시험 강의와 수능 출제를 연계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마치 수능 문제가 EBS 강의에서 그대로 출제되는 것으로 오인되면서 온갖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수능의 절반 이상이 EBS 강의 및 교재에서 출제된다는 미확인 소문이 떠돌면서 학원마다 ‘EBS 특강’을 마련하고 있으며 일반 수능 교재 출판시장은 EBS 교재에 밀려 꽁꽁 얼어붙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수능 출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방침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BS 이상 과열=서울 양천구 목동 J학원은 최근 수강생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85%가 EBS 강의에 관심을 표명함에 따라 4월부터 매주 ‘EBS 특강’을 마련하기로 했다.

동대문구 D학원도 강사들에게 EBS방송을 빠짐없이 본 뒤 강의에 EBS 교재 내용을 활용하라고 요구했다.

EBS 교재에서 수능이 출제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28일 강의교재 첫 판매분이 서점 진열대에 오르기 무섭게 팔려 나갔다. 이날 서울의 한 대형서점에서는 교재가 순식간에 동이 나 직원들이 진열대를 채우느라 바빴다.

B출판사 관계자는 “수능 교재 시장에서 EBS 교재 이외에는 거의 팔리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부 방침=서범석(徐凡錫) 교육부 차관은 “EBS 강의와 학교수업에 충실한 학생이라면 수능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기본 원칙이 정해졌을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교육부는 다만 수능 출제를 담당하는 평가원이 EBS 교재 제작 과정에 적극 개입토록 해 EBS 강의와 수능의 연계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교육부에서 대입 업무를 담당하는 한석수 학사지원과장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EBS 교재 제작에 직접 개입하며 이 교재가 수능 출제위원들에게 출제 참고자료로 제공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또 EBS 수능 강의를 담당하는 현직 교사들을 수능 출제 검토위원으로 참여시켜 EBS 강의 내용을 출제에 반영할 계획이다.

▽환상은 버려야=입시전문가들은 이번 수능이 EBS 강의나 교재와 어떤 방식으로든 연계될 것이 분명하지만 EBS 강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경계하고 있다.

수능 문제의 유형이 EBS 교재와 비슷하거나 비슷한 지문이 출제되는 수준일 뿐 문제가 거의 그대로 출제되지는 않는다는 것.

대성학원 이영덕 평가실장은 “EBS 교재로 공부한 학생이 실제 수능 시험문제를 접했을 때 생소하지 않은 느낌을 줄 정도로 출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앙학원 김영일 원장은 “수리는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내기가 쉽고 언어는 교과서와 EBS 교재에 동시에 실린 지문이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며 “반면 영어와 탐구영역은 같은 지문이나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출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출제위원에 달렸다=수능 출제위원들이 교육부와 평가원의 의도대로 EBS와 연계해 수능 문제를 출제할지도 의문이다.

수능 출제위원 경험이 있는 한 대학교수는 “학자적인 자존심이 높은 교수나 교사 출제위원들이 교사나 학원강사가 만든 교재에서 문제를 출제하는 데 대해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유명학원 강사는 “1997학년도에도 EBS 수능 강의를 수능 출제에 반영한다는 정책이 발표되면서 EBS 교재가 불티나게 팔리는 등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지만 실제로는 비슷한 유형의 몇 문제가 나왔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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