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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3월 22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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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형평에 사는 민씨는 손님 50여명을 동시에 치를 방법이 없자 앞집에 도움을 청했다.
앞집은 흔쾌히 하루 동안 집을 내어주고 음식장만을 돕는 등 궂은일을 도왔다.
민씨는 “남편의 직장동료는 앞집에서, 친인척은 집에서 무사히 잔치를 치렀다”고 고마워했다.
1999년 11월 입주해 1306가구가 살고 있는 용현금호타운 2단지 주민은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서로 발 벗고 나서 문제를 해결하는 아파트로 소문 나 있다.
아파트 입주 후 아이들이 걸어서 30분 거리에 있는 용현남초등학교에 다니며 2부제 수업을 받자 인천시교육청에 초등학교 신설을 요구했다.
주민의 요구에 따라 아파트 인근에 2002년 3월 신선초등학교가 문을 열었지만 다른 문제가 생겼다.
인천항을 오가는 컨테이너 등 대형 화물차량으로 인해 등하교길이 위협을 받자 단지 앞에 육교 설치가 숙원사업으로 떠 오른 것.
입주자대표회의와 부녀회는 전 주민의 서명을 받아 인천시와 남구, 교육청 등 관계기관에 육교 설치를 요구하는 건의문을 보냈다.
인천시와 남구 관계자의 수차례 면담 끝에 2002년 10월 육교를 설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또 2000년 인근의 백운유수지에서 여름철에 악취가 진동을 하자 이 곳을 매립해 체육공원을 조성해 줄 것을 남구에 건의했다.
이 요구도 받아들여져 유수지가 있던 자리는 인라인스케이트장 테니스장 농구장 배드민턴장 육상트랙 등을 시설을 갖춘 체육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이 체육공원은 오후 10시까지 주민에게 개방되고 있다.
주민들은 또 남을 돕는데도 앞장서고 있다.
부녀회장인 허숙자씨(41)를 비롯한 부녀회원들은 일주일에 두 번씩 동구 송림동 노인무료급식시설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부녀회는 또 아파트 인근의 할인점과 협약을 맺고 주민이 모은 영수증을 제출해 3개월에 한번씩 현금으로 되돌려 받고 있다. 부녀회는 이 기금을 이용해 노인정의 시설 보수와 아파트 단지 내 꽃길 조성 등에 사용하고 있다.
이밖에 주민들은 직접 쓴 시와 생활 교육 의학 건강 등 생활정보가 담긴 아파트 소식지를 만들어 아파트공동체를 실현하고 있다. 형관영 입주자대표회 회장은 “아파트 인근의 동양제철화학 폐석회매립장에 노인복지시설과 옹진군청 청사가 이전하면 주변 환경이 더욱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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