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급서 시작 37년만에 1급 재경부 세제실장 이종규씨

  • 입력 2004년 3월 17일 18시 31분


“1급 공무원이 됐다는 것이 아직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17일 임명장을 받은 이종규(李鍾奎·57·사진) 신임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인사여서 기쁘기보다는 아직 얼떨떨하다”는 말로 승진 소감을 대신했다.

이 실장은 1966년 10월 인천세무서에서 서기보(9급)로 시작해 37년여 만에 1급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공무원. 이달 11일 세제실장 내정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무원 사회에서 큰 화제가 됐다. 행정고시 합격자 가운데도 엘리트가 가장 많이 모여 있다는 평을 듣는 재경부에서 비(非)고시 출신 1급이 나왔기 때문.

그는 “재경부는 간부 대부분이 고시 출신에다 학벌도 좋아 특정 대학이나 고시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대받지는 않는다”며 “오로지 실력으로만 평가받는 재경부 분위기가 나 같은 사람을 1급으로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비고시 출신이어서 ‘차별’을 당하기보다는 상대적인 희소가치 때문에 오히려 ‘우대’를 받았다며 겸손해했다.

이 실장은 재무부 세제실과 국세청에서 잔뼈가 굵은 세제(稅制) 및 세정(稅政) 전문가. 고교 졸업 후 공직생활을 시작한 뒤 서울 도봉세무서에서 근무하던 1976년 건국대 경제학과 야간 과정을 마친 만학도다.

그가 1985년에 출간한 ‘법인세법 해설’은 16판까지 나왔을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이헌재(李憲宰) 경제부총리가 이번에 그를 세제실장에 발탁한 것도 이런 전문성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실장은 “경제가 잘 돌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세금제도가 운영돼야 한다”며 “앞으로 공평한 과세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방향으로 세법을 개정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영업자의 세원(稅源)을 최대한 노출시켜 봉급생활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세금을 부담하는 것을 줄여보겠다고 강조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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