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포커스 피플/가천의대 수석졸업 조윤이씨

  • 입력 2004년 2월 2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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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동안 기숙사 생활을 하다보니 가족처럼 서로 격려하고 이끌어주는 사이가 됐어요. 대학입시 때의 경쟁의식은 눈 녹듯 사라진 것 같아요.”

1998년 설립된 인천 강화군 길상면 가천의대(총장 김용일)의 첫 졸업식에서 수석의 영예를 안은 조윤이씨(25·여). 그는 20일 인천 남동구 구월동 길병원 응급센터 강당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가천재단 회장상을 탔다.

조씨를 포함한 32명의 졸업생 전원이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했다. 이 가운데 군입대자 등을 제외한 28명이 가천의대 길병원에서 인턴과정을 밟기로 했다.

조씨는 “지난해보다 시험문제가 쉬워 전국적으로 합격률이 올랐지만 졸업생 95%가 상위권 성적을 거둬 기분이 좋다”며 “자료를 공유하고 밤새워 토론했던 끈끈한 동료의식의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학은 재학생 전원에게 장학금을 주고 기숙사 생활을 의무화하고 있다.

학생들은 예과 2학년까지 강화도 남쪽 해안가에 있는 캠퍼스에서 주로 생활한다. 이후 본과 4년 동안은 인천시청 인근의 길병원 내 실습실과 강의실, 기숙사 등을 맴돌며 생활해야 한다.

“학창시절을 통틀어 대학시절처럼 커다란 애정과 관심을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적이 없어요. 2인1실의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가습기나 공기청정기 등을 요구하면 학교 측이 100% 지원했어요.”

재학생들은 원하기만 하면 매 학년마다 미국, 중국, 유럽 등 외국 병원에서 4주간 임상실습의 기회를 아무런 조건 없이 가질 수 있다. 방학 때마다 복지시설이나 보건소 등에서 3~4주 동안 봉사활동을 펼치는 것도 필수다.

조씨는 “충북 음성 꽃동네 등에서 노인들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목욕을 시켜주는 봉사활동을 벌이면서 의학도로서의 마음가짐이 달라졌다”며 “환자가 돈벌이 대상이 아닌 따듯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점점 의학공부에 재미가 생긴다는 조씨는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밟는 동안 석박사 학위도 취득할 계획이다.

“학생 수가 적기 때문에 수술보조, 회진 등 개인 실습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어 좋았어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해외 학회에서도 인정받는 논문을 많이 발표해 교수님과 후배에게 부끄럽지 않는 1회 졸업생이 되고자 합니다.”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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