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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2월 16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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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는 1998년에도 2002학년도 대입제도 개선안을 내놓으면서 학생부 반영비율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본보 취재팀이 16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대학들은 그동안 해마다 반영비율을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각 대학은 고교의 성적 부풀리기로 학생부의 신뢰도가 낮고 고교별 학력차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학생부 위주로 신입생을 선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복되는 정책=교육부는 2002학년도 개선안에서도 ‘창의적인 학생을 양성하고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자원봉사 특별활동 등 비교과 영역을 포함한 학생부 반영비율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수능 성적통지표도 총점이 아닌 영역별 표준점수와 9개 등급만을 담도록 바꿨다. 수능 성적을 영역별로만, 또는 등급에 따른 지원자격으로만 활용되도록 만들려는 의도였다.
▽효과는 정반대=현실은 거꾸로 갔다. 대교협이 밝힌 전국 대학의 학생부 평균 실질반영비율은 △2002학년도 9.69% △2003학년도 8.85% △2004학년도 8.21% 등으로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서울대를 제외한 서울시내 주요 대학들은 1.4∼7.54% 수준이다. 2005학년도에도 서울시내 대학의 학생부 실질반영비율은 연세대 5∼9%, 성균관대 5%, 서강대 8%, 한양대 1.5∼6%, 경희대 4.4%, 중앙대 5% 등에 머물 전망이다.
서울대는 전국 평균치보다는 높지만 2002학년도 15%, 2003학년도 12%, 2004학년도 10% 등으로 반영비율을 낮춰왔다.
▽못 믿을 고교 내신=지난해 서울 A고 2학년 국어과목의 경우 173명 가운데 1등인 학생이나 88등인 학생이 모두 절대평가로 ‘수’를 받았다. 강원 B고의 경우도 마찬가지. 이 학교 김모양은 175명 가운데 1등을 한 작문과목도 ‘수’였고 72등을 한 수학Ⅱ 과목도 ‘수’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같은 ‘수’를 받은 학생의 실제 학력은 천차만별이다. 또 학교별로 ‘수’를 받은 학생 비율도 큰 차이가 난다. 학생부가 수험생의 학력차를 가릴 수 있는 잣대가 되지 못하고 있다.
대학도 내신 부풀리기에 한몫을 했다. 서울대가 학생부를 석차백분율(학생성적이 상위 몇 %에 해당하는지 계산한 비율)로 반영하자 다른 대학들은 절대평가(평어·수우미양가)를 도입했다. 내신성적이 낮아 서울대 전형에서 불리한 특수목적고 학생들을 붙잡기 위한 방편이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시험문제를 어렵게 내면 학부모들에게 거센 항의를 받는다”며 “학교 시험이 수업의 질과 학생의 성취도를 평가하기보다 대학 진학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개탄했다.
▽신뢰성 확보가 우선=입시관계자들은 학생부를 신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정부의 학생부 반영비율 확대 정책은 실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양대 최재훈(崔在薰) 입학실장은 “학생부로는 고교의 현격한 학력차를 가릴 수 없다”면서 “정부가 각 고교의 학력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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