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여중생 피살 수사]동두천 끌고간 20, 30代 남자 3명 추적

  • 입력 2004년 2월 9일 19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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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포천시 엄현아양(15) 살해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9일 지난해 발생했던 또 다른 여중생 납치사건의 용의자 추적에 나서는 등 광범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결정적인 단서가 나오지 않아 수사에 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포천시에서 40대 여성 보험설계사가 실종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이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수사 착수=경찰은 지난해 7월 중순 포천시 소흘읍 송우리에서 여중생 2명이 20, 30대 남자 3명에게 납치됐다가 풀려난 사실을 최근 확인하고 이 남자들의 신원을 파악 중이다.

이 남자들은 ‘아빠를 잘 안다’고 접근해 여중생들을 승용차에 태워 인근 동두천으로 끌고 가 하얀 가루약을 탄 술 한두 잔을 강제로 먹였으나 별다른 폭행 없이 풀어주었다는 것.

경찰은 여중생들의 진술을 토대로 비슷한 인상착의를 가진 남자들을 찾고 있다.

경찰은 또 숨진 엄양의 유류품 등이 발견된 지점 일대에서 대대적인 탐문 수사를 펴는 한편 엄양이 실종될 당시 이 일대에서 이뤄진 휴대전화 통화기록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9일 엄양의 시신을 부검했으나 훼손 정도가 심해 정확한 사망원인이나 성폭행 여부 등을 가리지 못했다. 경찰은 유전자 감식을 통해 발견된 시체가 엄양인지도 정확히 가릴 예정이다.

▽의문점=우선 엄양이 언제 살해됐는지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실종 당일 살해된 것이 아니라면 목격자가 나올 수도 있는데 아직까지 아무런 제보도 없는 상태다.

유류품이 두 곳에서 나뉘어 발견된 데다 시체가 발견된 장소와 떨어져 있는 것도 시신과 유류품이 한 곳에서 발견되는 통상의 살인사건과 다르다.

경찰은 범인이 2명 이상일 수도 있고,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계획적으로 유류품을 분산해 버렸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엄양의 손톱과 발톱에 평소 칠하지 않는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고 엄양의 물품 가운데 아직 옷가지와 지갑이 발견되지 않은 것도 의문이다.

▽새로운 실종사건=엄양의 집과 인접한 포천시 소흘읍 송우리에 사는 보험설계사 유모씨(47·여)가 지난달 20일 실종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유씨는 이날 오후 1시 팔순 노모로부터 “아침도 굶고 갔는데 어서 와서 밥 먹으라”는 전화를 받고 “금방 집에 가서 식사할 테니 기다리라”고 말한 뒤 연락이 끊겼다.

그의 휴대전화는 실종 당일 오후 6시49분 인적이 드문 강원 화천군 사내면 광덕고개에서 전원이 끊긴 것으로 확인됐다. 그가 타고 나간 흰색 아반떼 승용차도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유씨의 언니는 “동생은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가출할 이유가 없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8년째 보험설계사로 일하며 소속 회사에서 최상위급 소득을 올리고 있으나 검소한 생활을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형사들을 화천으로 보내 현장조사를 벌였으나 별다른 단서를 잡지는 못했다.

포천=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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