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10% 首長잃고 헤맨다…옹호-비난 주민갈등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초 각종 비리로 구속되거나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사퇴한 자치단체장이 부쩍 늘어나 해당 지자체 주민들이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다.

이들 지자체는 각종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으며 공무원들이 차기 지자체장 후보에게 줄을 서는 부작용도 빚어지고 있다.

3일 현재 단체장이 공석인 지자체는 25곳으로 전체 지자체의 10%에 달한다.

▽연기 또는 취소되는 정책=지난달 29일 시장이 구속된 광주시는 시의회 사무처장과 도시공사 사장 후임 인사가 미뤄졌다. 또 국책사업인 광주 ‘문화수도’ 육성 관련 2개 직제 신설과 직원(11명) 인사도 기약하기 어려운 상태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경륜장 건설, 엑스포 유치 등 그동안 갈등을 빚었던 각종 사업에 대한 빅딜을 최근 성사시켰으나 광주시장의 구속으로 추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부산시는 간부들이 주요 사안을 수감 중인 시장과 협의하고 있으나 도시계획이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유치 등 주요 현안이 난항을 겪고 있다. 공무원들은 “일부 간부들의 뇌물 수수 혐의도 드러나 직원들은 손을 놓고 검찰 쪽만 바라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충북 충주시 살미면 주민들은 생활폐기물 소각시설 설치 계획을 백지화한 채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사퇴한 충주시장을 비난하고 있다. 이들 주민은 전임 시장이 소각시설 설치 계획을 백지화한 것은 무효라며 최근 행정소송을 냈다.

경북 청도군은 군수가 구속되자 해마다 정월대보름에 열던 전국 최대 규모의 달집태우기 행사를 취소하기로 했다가 주민들의 반발에 부닥쳐 민간단체 주관으로 개최키로 하는 등 좌충우돌하고 있다. 주민들은 “군수 때문에 큰 행사를 취소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분개하고 있다.

▽느슨해진 행정=부단체장이 권한대행을 하고 있지만 조직장악력이 떨어져 공무원들의 긴장도 풀어지고 있다. 한 부단체장은 “전체적으로 조직이 엉성하게 돌아가는 듯하다”며 “부단체장은 일종의 ‘낙하산’이라 조직을 통솔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부군수가 11개월째 군수대행을 하고 있는 전남 화순군은 보궐선거에 나설 후보에 따라 직원들의 줄서기 행태가 벌어진 지 오래다. 직원들은 “보선에 나올 후보가 17명이나 돼 모였다하면 누가 당선될지가 큰 관심거리”라고 말했다.

군수가 뇌물 수수로 구속됐다 최근 보석으로 풀려난 경북 영덕군 직원들은 “군수가 보석으로 나왔지만 업무정지 상태라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갈라지는 민심=단체장을 옹호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사이에 대결도 빚어지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시민사회단체 총연합은 “시장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해 행정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시장직 사퇴를 위한 범시민운동본부는 “시장직을 당장 사퇴하는 것이 시민에 대한 마지막 충정”이라며 대립하고 있다.

청도군의회와 일부 지역 민간단체들이 군정(郡政)의 혼란을 이유로 단체장에 대한 불구속 수사를 탄원하자 주민들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군청 홈페이지를 통해 “서울에는 ‘차떼기’라면 여기는 ‘손수레떼기’”라며 단체장의 비리와 행정 공백을 비난하고 있다. ‘죄는 단체장이 저지르고 아픔은 주민이 덮어 쓴다’는 글이 지자체 홈페이지를 도배질하기도 한다.

전국 단체장 공석 현황(2월 3일 현재)
지자체	단체장	이유
서울	김용일 영등포구청장 김충환 강동구청장 김동일 중구청장	선거법 위반 당선 무효 4월 총선 출마 총선 출마
부산	안상영 시장 허옥경 해운대구청장	뇌물 수수 혐의 구속 총선 출마
대구	임대윤 동구청장 이명규 북구청장	총선 출마
광주	박광태 시장	뇌물 수수 혐의 구속
대전	임영호 동구청장 이병령 유성구청장 오희중 대덕구청장	총선 출마
경기	우호태 화성시장 원혜영 부천시장 김선기 평택시장	뇌물 수수 혐의 구속 총선 출마 총선 출마
강원	김호연 철원군수	뇌물 수수 혐의 구속
경남	김혁규 도지사 안종길 양산시장	당적 변경 후 사퇴 뇌물 수수 혐의 구속
경북	윤영조 경산시장 김상순 청도군수 김우연 영덕군수	정치자금법 위반 구속 정치자금법 위반 구속 뇌물 수수 혐의 구속(보석)
전남	양인섭 진도군수 임호경 화순군수	선거법 위반 군수직 상실 선거법 위반 군수직 상실
전북	이철규 임실군수	뇌물 수수 혐의 구속
충남	김낙성 당진군수	총선 출마
충북	이시종 충주시장	총선 출마
총선 출마 사퇴 13명, 기소 등에 따른 권한대행 1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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