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지사직 사임 안한다더니…

입력 2003-12-16 18:44수정 2009-10-10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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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사임한 김혁규(金爀珪) 전 경남도지사는 역시 탁월한 연기력의 소유자였다.

경남도민에게 첫 선을 보일 때도 그랬고, 무대를 내려오는 방식도 극적이었으나 그만큼 도민들의 비판도 적지 않았다.

꼭 10년 전인 1993년 12월, 그가 임명직 도지사에 내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졌으나 기자들은 물론 경남도청 공무원들마저 그의 이력을 파악하느라 부산을 떨었던 기억이 새롭다.

당시 경남도의 한 고위 공무원은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공직 경력 7년여에 불과한 사람이 단번에 도지사라니…”하면서 혀까지 끌끌 찼다. 지역 관가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상식을 깨뜨리는 김영삼(金泳三·YS) 전 대통령이 있었기에 가능한 파격 인사였다.

김 전 지사는 특유의 순발력에다 YS의 총애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지사직에 적응했고 튀는 아이디어로 시선을 끌었다. 그의 자랑대로 행정에 경영기법을 도입, 공직사회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청렴성과 인사의 공정성 등에도 비교적 높은 점수가 주어졌다.

물론 개발 일변도의 정책과 이벤트에 주력하면서 복지와 농어촌 분야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지적도 받았다. 재임 후반부에는 “‘눈’과 ‘귀’가 닫혔다”는 혹평도 있었다.

지난해 어렵사리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3선에 성공한 김 전 지사는 최근 여러 차례 “당적을 바꾸거나 지사직을 중도 사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개인적 고충이나 정치판의 현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책임 있는 사람의 말이기에 대체로 믿어주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김 전 지사는 ‘국가발전을 위한 대의’, ‘고뇌에 찬 결단’ 등의 수사(修辭)를 동원하며 8년간 몸담았던 정당과 10년 동안 살림을 맡겼던 320만 도민을 등졌다.

그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국민의 박수를 받으며 고향에 돌아오는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지나칠 만큼 노 대통령을 깎아 내려 온 YS는 김 전 지사의 변신을 만류했다고 들린다. 김 전 지사가 자신의 오늘이 있게 한 ‘정치적 아버지’인 YS의 뜻까지 거스르며 노 대통령과 행보를 함께 하려는 속뜻은 정말 무엇일까.

그의 중대 결단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관객을 외면하고 공연 중간에 무대를 내려서는 것은 책임 있는 배우의 자세로 보기 어렵다.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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