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우리동네가 최고/마을문고"책의 향기 단지 가득"

  • 입력 2003년 12월 15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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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들어온 신간(新刊) 있어요.”(주민)

“신간코너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보세요.”(마을문고 자원봉사자)

인천 연수구 동춘동 924 현대·대림 2차 아파트는 책의 향기(香氣)가 은은하게 풍기는 아파트로 소문나 있다.

70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이 아파트의 부녀회는 1993년 입주와 동시에 관리사무소 지하에 50평 규모의 ‘마을문고’를 마련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현재 마을문고의 회원은 750여명. 자원봉사자 60여명이 돌아가며 마을문고를 운영하고 있다. 마을문고에는 교양 수필 소설 어린이동화에서 신간에 이르기까지 5000여권의 책이 꽂혀 있다. 신분증을 제시하면 무료로 책을 빌릴 수 있다.

부녀회는 바자회, 알뜰장터, 폐지수집 등을 통해 얻은 수익금으로 2개월마다 신간 200∼300권을 구입하고 있다.

다른 아파트 주민들도 마을문고에서 책을 빌려 볼 수 있다.

인근 대우삼환아파트에 사는 전귀영씨(21)는 “대출기간이 7박8일로 길어 반환에 대한 부담이 적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자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마을문고의 운영은 관장을 중심으로 한 운영진이, 재정은 부녀회가 맡고 있다.

마을문고 운영진과 부녀회는 매주 월요일 주부를 위한 일본어교실을 열고 상·하반기로 나눠 ‘독서왕 선발대회’를 개최한다.

또 방학기간에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중국어교실과 바둑교실을 개최한다. 방학 때면 평소보다 늘어나는 사교육비 부담을 덜기 위해 강사를 초청해 특강을 하는 것.

부녀회 엄영숙 회장(42)은 “주민들이 마을문고를 통해 독서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심각한 내홍(內訌)을 겪었지만 곧 주민 화합을 일궈냈다.

아파트 외벽도색 및 부대공사를 맡은 업체가 상대적으로 많은 공사비를 받고도 부실공사를 하자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비대위는 당시 입주자대표회의에 책임을 물어 동대표 등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다. 또 업체를 경찰에 고소한 뒤 받은 합의금 1억500만원으로 변압기 교체 및 베란다 방수공사를 했다.

이 아파트는 투명한 관리를 위해 내년 ‘아파트 관리규약’을 바꿀 계획이다.

규약에는 △개인 잘못으로 해임되거나 불신임으로 중도하차한 경우 다시 동대표가 될 수 없다 △동대표와 직계가족이 재직하고 있는 업체는 아파트 공사와 관련해 계약할 수 없다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입주자대표회의 오은경 회장(여·39)은 “시나 구청에서 아파트 관리교육을 했으면 좋겠다”며 “주민이 아파트 전문가가 되면 사회적 비용을 절약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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