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공부 바로하기]<2>수학…쓰면서 완벽하게 풀어라

  • 입력 2003년 12월 8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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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학생들이 수학을 어렵고 골치 아픈 과목으로 여긴다. 게다가 수학은 교과 과정의 비중이 커 부담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차근차근 원리를 파악해 공부하다 보면 수학도 결코 재미없는 과목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서울 용산고 최수일 교사가 서울 창덕여고 1학년 양세령양(16), 서울 자양중 3학년 정용진군(15)과 만나 수학 공부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정용진:수학 공부를 왜 하는가.

최수일:우주선이나 휴대전화에도 수학이 녹아있다. 우리가 늘 사용하는 기기나 일상생활에도 수학이 들어있다. 원뿔 형태로 된 컵에 담긴 음료수를 친구랑 어떻게 반씩 나눠먹을 수 있을지, 라지 사이즈 피자가 레귤러 사이즈에 비해 가격은 1.5배, 지름은 2배라면 어떤 걸 골라야 경제적인지를 알아내는 데도 수학이 필요하다. 냉철하게 경쟁하고 규칙을 정할 일이 많은 현대 사회에서 수학적 계산은 더욱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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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세령: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출제되는 수학 문제는 까다롭다.

최:수능 문제지 1면에는 계산문제가, 2∼3면에는 창의력이나 순발력을 요구하는 문제가 나온다. 성실하게 공부한 학생들이 잘 풀 수 있는 게 6∼7면 문제다. 2∼3면을 풀 때 출제 의도는 생각하지도 않고 무조건 풀다 보면 시간만 간다. 그러면 시간이 부족해 남은 문제를 풀 때 고생한다. 문제가 이해력과 창의력 가운데 어떤 것을 요구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수능의 어려운 문제들은 순간적 직관력을 요구하는 게 많다.

양:확률 통계가 특히 어렵다.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

최:확률 통계는 의사를 결정할 때 많이 사용된다. 예컨대 기업이 적은 돈을 들여 가장 많은 효과를 볼 수 있는 일을 찾을 때 활용된다. 확률 통계의 기본은 경우의 수다. 경우의 수는 100가지라도 일단 다 써 보자.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쓰지 않아도 3, 4개 쓰다 보면 규칙을 발견하고 풀 수 있게 된다.

양: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지 않나.

최수일 교사(오른쪽)는 양세령양(가운데)과 정용진군에게 기초를 잘 다지는 것이 수학 공부에 특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강병기기자

최:수학은 짧은 시간에 되는 게 아니다. 적은 분량을 하더라도 정확히 해야 한다. 정확히 공부하다 보면 처음에는 공부하는 속도가 늦지만 갈수록 빨라진다. 주마간산식으로 늘 빨리 해결하려고 하면 정확히 기억할 수 없다.

법칙을 왜 만들었는지 생각하고 자기 나름대로 이해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공식이나 법칙을 만든 이유를 고민해 보면 이를 적용하기가 쉽다. 또 변형된 문제도 쉽게 풀 수 있다. 많은 과제를 주고 빠른 시간에 푸는 학원이 많다. 많은 공부량에 학생들은 뿌듯함을 느끼고 학부모는 만족하지만 겉핥기식 공부는 남는 게 없다.

정:시험을 보면 아는 문제인데 틀리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을까.

최:계산 능력을 위해선 지수와 로그의 계산, 행렬과 적분법 등 교과서의 기본적인 계산법칙을 철저히 습득해야 한다. 수학은 쓰면서 풀어야 한다. 완벽히 알아서 건너뛰는 건 상관없지만 대충 얼버무리고 건너뛰거나 추측해선 안 된다. 자신이 완전히 이해하는지 확인하려면 친구에게 그 문제를 설명해 보면 된다. 자기가 푼 수학 문제를 정확히 설명할 수 있을 정도가 돼야 완벽히 이해한 거다.

정:어떤 문제집을 고르는 게 좋은가. 또 일년에 몇 권 정도 풀어야 하나.

최:어떤 문제집이든 한 권만이라도 정확하게 보면 된다고 생각한다. 한 권을 완벽히 소화한 뒤 다음 수준의 문제에 도전하는 게 좋다. 시중 문제집은 수준이나 내용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처음에는 교과서 수준의 평이한 문제집을 먼저 풀라고 권하고 싶다. 많은 학생들이 교과서를 소홀히 하지만 교과서는 문제집과 달리 원리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다. 시중의 어떤 문제집도 교과서만큼 원리를 잘 설명한 것은 없다.

양:문제풀이를 보더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있다.

최:수학은 기초부터 다져야 하는 과목이다. 내용을 모르면 이미 배운 과정으로 되돌아가 교과서를 보며 내용을 되짚어야 한다. 고교 1학년에서 삼각함수를 잘 이해할 수 없다면 중학교 3학년의 삼각비 단원을 다시 읽어서 기초를 다져야 한다. 삼각비를 모른다면 중학교 2학년 때의 닮음 단원에서 피타고라스의 정리나 삼각형의 닮음의 성질을 배워야 한다.

기초부터 내용을 정리하면서 문제를 풀고 한 단계씩 위로 올라가면서 공부하는 것이다. 수학은 내용 영역별로 접근해야 한다. 교육과정에서 △수와 연산 △도형 △측정 △확률과 통계 △문자와 식 △규칙성과 함수로 분류한 대로 학년에 관계없이 이어서 공부해야 한다. 또 기호 및 부호, 식, 도형, 표 및 그래프 등 여러 가지 수리적 표현 및 이들 사이의 상호 관련성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양:2005학년도 수능은 제7차 교육과정을 반영하는데 수리영역도 많이 바뀌는가.

최:수리영역은 형식면에서 기존 자연계와 비슷한 수리 ‘가’형, 인문계와 비슷한 수리 ‘나’형으로 나뉜다. 수리 ‘가’형에서는 수학Ⅰ, Ⅱ에 선택과목(미분과 적분, 확률과 통계, 이산수학) 중 하나가 추가된다. 수험생은 진학하려는 대학, 학과의 입시 요강에 따라 ‘가’형 또는 ‘나’형을 선택해야 한다. ‘가’형을 선택할 때 대학에 따라 선택과목을 지정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요강을 미리 파악해 대비해야 한다. 이처럼 약간의 변화가 있지만 문제 출제 방식이나 질문 방식은 거의 변하지 않으므로 공부 방법도 변하지 않는다. 1994학년도부터 지금까지 모두 12번에 걸쳐서 출제된 문제들을 풀어보는 것이 2005학년도 이후의 수능 대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전문가가 권하는 수학공부법▼

우리나라 학생들은 초등교 저학년 때는 여러 가지 생각을 조합해 다양하게 계산하다가 고학년이 되면서 점점 기계적으로 계산하는 모습을 보인다.

꾸중을 듣지 않으려면 공식을 따라 신속 정확하게 답을 구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을 눈치 챘기 때문이다. 문제지의 반복 학습도 기계적인 사고로 이끈다.

수학 책의 내용을 머릿속에 빨리 넣는 것이 목표가 되면서 학생들은 비인간적인 ‘수학 괴물’ 때문에 고통을 겪게 된다. 국제 수학성취도 비교 연구에서 한국 학생의 수학 성적은 최상위권이지만 수학 호감도는 최하위로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학 성적과 호감도를 모두 높이려면 무엇보다 수학에 대한 올바른 태도를 갖는 공부법이 필요하다.

수학에도 갓 만들어진 찐빵과 같은 말랑말랑함이 있다는 것을 느끼기 위해서는 모르는 문제를 자신이 아는 쉬운 문제로 조각내 접근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다. 레고 장난감의 기본 블록으로 점점 복잡한 것을 만들어 내듯 기본적인 내용에서 점점 복잡한 수학을 만들어 나가보자.

수학 마이크로월드를 연구한 패펄트는 아동들이 모국어를 자연스럽게 배우듯 수학도 수학적 대화를 통해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수학적 대화가 가능한 로고(LOGO)라는 컴퓨터 환경을 만들어 냈다.

학생들은 로고의 두 가지 기본 명령인 ‘가자’와 ‘돌자’를 통해 거북, 꽃, 별 등을 그리고 잘못된 그림을 고치며 점차 고차원적인 수학 언어를 구사하게 된다.

수학적 원리나 도형, 구조물 등을 이용해 학생들이 손으로 보고 만지고 작품을 만들거나 놀이를 하면 수학에 대한 친근감은 물론 창의력도 높일 수 있다.

지식 소비자보다 지식 창조자가 우대받는 지식 정보화 사회에서는 수학 언어로 주변의 여러 것을 표현하고 만들고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0과 1 두 개의 숫자로 이루어지는 수학 언어가 CD 음악 듣기, 휴대전화 통화와 아름다운 프랙탈 그림 속에서도 살아 있음을 이해하고, 과학의 언어인 수학의 힘을 느껴 보자. 수학으로 듣고 쓰고, 말하는 것이 올바른 수학 공부를 위해 꼭 필요하다.

조한혁 서울대 수학교육학과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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