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한국학교수업-밤엔 미국수업…美 중고교과정 야간학원 등장

  • 입력 2003년 11월 20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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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고교 졸업자격 증명서(Diploma)를 받도록 해주는 학원이 서울 강남지역에 등장했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미국식으로 가르치는 이른바 ‘영어유치원’과 ‘외국어학원’이 도입된 데 이어 미국의 정규 중고교 과정을 배우는 학원까지 등장한 셈이다.

▽실태=‘미국학교 졸업장’을 받는다고 선전하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S어학원. 이 학원은 9월 미국 네브래스카주 주정부의 승인을 받아 고교 과정을 가르치는 ‘독립학습고교과정’(ISHS·Independence Study High School)을 개설했다. 이 학원은 ‘IS’로 불리는 중학교 과정도 개설하고 있으며, 이 과정은 미국 매사추세츠주와 펜실베이니아주 주정부의 승인을 받았다고 학원측은 밝혔다. 고교 과정은 네브래스카 링컨대 부설 ISHS과정 연구소와 연계되어 있으며 중학교 과정은 보스턴과 필라델피아 소재 독립 교육기관과 연계돼 있다는 것.

수강생들은 매일 야간에 3, 4시간씩 주 15∼20시간가량 영어 강의를 듣고 160학점을 이수하면 졸업증명서를 받는다. 수강생들은 출석, 쪽지시험, 발표, 리포트, 중간·기말고사를 치러야 학점을 받게 된다. 학원측은 “필기시험과 리포트를 미국으로 보내 수강생이 학기마다 미국에서 발행한 ‘성적표’를 받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수강 과목은 영문학, 대수학, 기하학, 미국사, 세계사, 생물, 자연과학, 고급 영작문 등이다.

수업료는 월 80만원이 넘는다. 수강생이 졸업장을 받기 위해 3년을 계속 다닌다면 2400만원가량이 든다. 학원측은 수강생이 한 학기에 6과목을 들을 경우 한 사람당 교재비와 수수료 등 1500달러(약 180만원)를 미국측에 지불하고 있다. 과목별 강사는 미국 명문대 출신 교포와 유학파 출신자들이 대부분이다.

▽몰리는 수강생=9월부터 예비과정을 시작한 이 학원은 방학인 12월에 개강하지만 120명 정원에 벌써 중학교 1학년생부터 고교 2학년생까지 80여명이 몰렸다.

학원측은 수강생의 40%가량이 미국 유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30%가량은 미국 대학 진학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고 30%가량은 한국 대학에 진학한 뒤 미국 대학 편입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영작문이나 영어회화 등 어학 공부를 위해 등록한 수강생도 있다.

수강생의 80%가량은 서울 강남, 목동, 여의도, 광장동, 경기 성남시 분당 지역 거주자다.

이 학원 권모 원장은 “자녀에게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준비시키면서도 유학에 대비하려는 학부모들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문제는 없나=영어로 공부하려면 상당한 어학 실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미국 중고교 과정을 제대로 이수하기란 매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낮에는 한국 중고교에 다니고 밤에는 미국식 강의를 듣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파행학습’이 될 수도 있다.

고려대 교육학과 홍후조(洪厚祚) 교수는 “국내 공교육이 학생들을 흡입하는 요인이 적어 생긴 현상”이라며 “미국에는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교육과정 이수기관이나 학교가 많아 ‘미국 졸업장’이란 말에만 현혹되면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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