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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1월 11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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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규모 면에서 지금까지의 밀입국 숫자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또 폭력조직이 1999년부터 5년 동안 적발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처럼 많은 중국동포를 데리고 올 수 있었던 것은 해상보안과 밀입국자 관리에도 구멍이 뚫렸다는 뜻도 된다.
밀입국자 중에 불순분자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국가정보원과 해경, 경찰, 출입국관리소 등은 검찰의 발표에 놀라고 있다.
여기에다 검찰의 말대로라면 이번 사건을 주도한 부산의 폭력조직 ‘20세기파’는 중국동포 1인당 1000만원씩을 갈취해 무려 200억원이라는 엄청난 이득을 챙긴 셈이다.
그러나 수사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존의 밀입국사건과 큰 차이가 없어 검찰이 공명심 때문에 사건을 ‘뻥튀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일단 검찰이 기소한 내용 중에는 중국동포 2000명을 국내로 밀입국시켰다는 내용이 들어있지 않다. 올해 5월부터 6차례에 걸쳐 중국동포 180여명을 밀입국시킨 것이 혐의 내용의 전부이다.
2000명이 나온 근거는 1999년부터 밀입국 범죄를 시작했다는 관련자의 진술에 따라 5년간 계속해왔다면 2000명 정도 되지 않겠느냐는 추정에 불과하다.
검찰이 이처럼 사건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이 석연치 않았다는 점도 한 몫을 했다.
이번 사건은 이미 9월 초 1차 보도가 나갔고 그동안의 수사결과를 종합하는 차원에서 이번 주 중 최종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어서 언론이 크게 취급할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그런데 느닷없이 한 언론이 종합수사 결과를 미리 확보해 크게 보도하면서 ‘뻥튀기’에다 ‘언론플레이’까지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것.
검찰의 한 관계자는 “대검에 정보보고를 한 문건이 언론에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내부 정보보고 문건이 유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해 수사 관계자나 대검의 누군가가 언론플레이를 하려고 고의로 자료를 유포했음을 암시했다.
검찰은 최근 정치권에 대한 성역없는 수사로 한껏 위상을 높이며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부 검사들이 공명심과 출세욕 때문에 이같은 구태의연한 행동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아직도 검찰은 멀었다’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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