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양정여고 日軍위안부 주제 공연…성금 전달키로

  • 입력 2003년 10월 20일 19시 02분


코멘트
21일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연극공연을 하는 경기 이천시 양정여고 연극반 학생들. -사진제공 경기 이천시 양정여고
21일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연극공연을 하는 경기 이천시 양정여고 연극반 학생들. -사진제공 경기 이천시 양정여고
“연극을 보시는 분은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봐주세요.”

경기 이천시 양정여고 연극반 학생들의 당부다.

양정여고 연극반 ‘끼’는 21일 오후 7시 이천시민회관에서 10주년 기념 가을 정기공연을 연다. 10돌 기념의 의미도 크지만 무대에 오르는 연극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비극적 삶을 주제로 한 것이어서 연극반원들의 마음가짐이 남다르다.

이날 공연될 연극은 극단 한강의 창작물인 ‘반쪽 날개로 날아온 새’.

군 위안부 생활을 했던 순이와 금주, 봉기 등 세 여인이 광복이 돼 조선행 트럭을 기다리지만 망가진 몸과 마음 때문에 순이는 다음 날 어디론가 사라지고 봉기는 모아둔 돈을 금주에게 주고 자살을 한다는 것이 이 연극의 줄거리다.

봉기 역을 맡은 박수진양(17)은 “순결을 목숨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던 시절에 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봉기를 통해 느낀다”며 “공연이 끝나면 할머니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1부 연극이 끝나면 2부 순서로 군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헌정음반을 낸 가수 홍순관의 콘서트가 이어진다.

입장료는 없지만 학생들은 공연장에서 성금을 모아 전액 경기 광주시에 있는 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 집’에 전달할 예정이다.

나눔의 집 안신권(安信權·43) 사무국장은 “군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할머니들을 위한 연극을 한다니 기특하기만 하다”며 “이번 연극을 통해 많은 사람이 군 위안부 할머니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에는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 기념일에 맞춰 유엔인권위원회에 대한민국 국적포기서를 제출하기로 한 나눔의 집 이옥선(74) 김군자 할머니(78)를 포함해 군 위안부 할머니 7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천=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