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고교레슬링선수 "자전거에 묶인채 뛰었다"

  • 입력 2003년 10월 15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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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체중 감량을 하다 숨진 고교 레슬링 선수 김종두군(17·전북체고 2년·사진)이 쓰러질 당시 무더운 날씨에 땀복을 입고 자전거에 몸이 묶인 채 달리기를 했고, 쓰러진 뒤에도 숙소까지 기어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16일 학교 관계자와 김군의 동료들을 불러 가혹행위 유무와 이뇨제 등 약물 투여 여부 등에 대해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충격적’인 증언=김군의 유족은 15일 전북지방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가혹행위를 동반한 살인적 체중 감량 훈련과 탈진 상태를 방치한 것 등이 종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당시 현장을 목격한 증인들의 증언을 동영상으로 공개했다.

김군의 사촌형인 김종하씨(26)는 “종두는 숨진 10일 오후 1시반경부터 오후 4시까지 허리와 손목이 자전거에 묶인 채 전주 동중학교 트랙을 돌다 쓰러졌으며, 코치진은 탈진 상태에 빠진 종두를 운동장에서 50m가량 떨어진 숙소까지 기어가게 했다”고 주장했다.

유족이 인터뷰한 목격자 김모(16) 황모군(15·이상 동중학교 학생)은 동영상 증언을 통해 “사고 당시 종두형이 땀복 위에 방한용 파카를 덧입은 채 자전거에 묶여 장시간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트랙을 돌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종두형이 계단 오르내리기를 하다 쓰러진 뒤 레슬링 선수 숙소까지 아무도 부축하는 사람이 없이 기어갔다”고 말했다.

김군을 매단 채 자전거를 끈 당사자는 ‘선배’로 추정되나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다.

또 유족은 “종두가 체중 감량이 너무 힘들다며 전국체전 참가를 포기하려 했으나 감독 등이 훈련에 불참하면 퇴학시키고, 전주동중 2학년 레슬링 선수인 동생 종수군(15)을 전북체고에 입학시키지 않겠다고 협박해 어쩔 수 없이 운동에 복귀했다”고 주장했다.

유족은 “강압훈련에 지친 종두가 10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 훈련장을 이탈했다가 코치진에 의해 일명 ‘단무지’로 불리는 몽둥이로 구타를 당했다는 말을 동료 선수들에게서 들었다”고 덧붙였다.

▽학교와 경찰 등의 반응=이에 대해 학교측과 레슬링협회측은 “감량을 위해 자전거에 몸을 묶고 달리게 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훈련 과정의 가혹행위나 체중 감량을 위한 약물투입설도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주 북부경찰서 강윤경 수사과장은 “유족이 제기한 가혹행위 의혹이 당시 정황과 지금까지 나온 참고인 진술에 비추어 어느 정도 사실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사고 당시의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고 코치진의 과실 여부를 가리기 위해 16일 현장을 목격한 학생과 동료선수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측을 통해 진상을 파악 중”이라며 “정확한 상황을 파악한 뒤 대응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전주=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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