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용유도 포장마차 철거 '미적미적'

  • 입력 2003년 9월 16일 1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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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중구가 용유도 일대의 불법 포장마차를 철거하기 위해 인천시로부터 2억원의 보조금을 받고도 제때 철거에 나서지 않아 주민들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중구는 일부 노점상들이 철거 방침에 반발해 4월15일 용유출장소에 난입, 집기를 부수고 공무원을 폭행하는 사태를 빚자 불법 포장마차가 여름 성수기인 8월 말까지 영업할 수 있도록 묵인했다.

대신 관광객들이 줄어드는 9월부터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 철거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중구가 집단행동과 억지 민원을 우려해 철거를 미루자 주민들은 ‘눈치 보기식’ 행정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현재 중구 용유도 덕교동 해변, 마시란 해변 일대 공유수면과 국공유지, 사유지 일대에는 80여곳의 포장마차가 난립해 있다.

규모가 작은 생계형 포장마차가 많은 편이지만 가로 10m, 세로 30m 크기의 기업형 포장마차도 있다. 포장마차에서 나오는 오폐수는 정화되지 않은 채 그대로 바다로 흘러들어 갯벌을 오염시키고 있다.

이처럼 포장마차가 난립하게 된 것은 중구가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

중구는 2001년 불법 포장마차가 마구 들어서자 국유지인 선녀바위 750평과 왕산해수욕장 1092평을 연간 각각 500만원과 1500만원의 임대료를 받는 조건으로 임시가설 건축물 허가를 내눠 영업을 허용했다.

그 후 전국에서 포장마차가 몰려들었지만 이를 막을 명분이 약해졌다. 중구는 포장마차 실제 철거 및 관리 예산 집행권을 갖고 있는 용유출장소가 나서 불법 포장마차를 철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용유출장소는 철거 계획과 시기 등을 중구가 결정해야 한다며 중구의 방침 없이는 철거에 나서기 어렵다는 태도다. 5월 노점상이 난입하자 당시 용유출장소장은 철거 용역비를 반납하겠다는 공문을 구청에 보내는 등 ‘골치 아픈 일을 못 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용유출장소 관계자는 “2억원의 보조금 가운데 5000여만원을 포장마차 관리업무를 맡은 용역업체 직원의 인건비 등으로 사용해 철거 후 관리 예산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민 이모씨(54)는 “시 보조금이 내려왔을 때 철거를 집행했으면 예산을 낭비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이제 와서 예산 핑계를 드는 것은 철거할 뜻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구 이웅수 부구청장은 “현재 노점상들에게 자진 철거를 유도하는 계고장을 보내고 있다”며 “이달 말이나 10월 초에는 철거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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