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여론광장]‘부천學’ 와서 배워라

  • 입력 2003년 9월 16일 1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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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자의 소설 ‘원미동 사람들’은 1980년대 말 경기 부천시 원미동에 살고 있던 보통사람들의 일상을 그렸다.

이 소설은 공업화, 도시화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옮겨 살아야 했던 서민들의 애환과 갈등을 구체적으로 묘사해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처지를 그려주고 대변해주는 소설을 통해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또 당시 사회변동의 구조적 측면을 다뤄 지금도 부천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필독서가 되고 있다.

가톨릭대 사회과학연구소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부천을 연구해 왔다. 부천에 대한 연구로 석사나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도 많다.

서울과 인천이라는 대도시 사이에 끼어 경계조차 애매한 부천을 왜 사람들은 연구하려고 할까.

필자는 전국에서 모여든 부천시민들의 실험정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부천시는 1973년 시로 승격된 뒤 80년부터 인구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시기반시설은 인구 증가에 비례하지 않아 사회적 불만이 누적됐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민운동이 일어났고 지금도 시민이 중심이 돼 여러 가지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시민이 스스로 시작한 쓰레기분리수거운동, 담배자판기 설치 금지 요구도 시 의회가 조례로 만들었다. 이밖에 시민이 추진한 작은 도서관 설립운동 등도 시가 정책으로 받아들인 사례다.

시민이 지역을 이끌고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는 실험도시 부천. 그래서 부천에 대한 연구는 흥미롭다. ‘원미동 사람들’이 그랬듯이 시민들의 정체성 확립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부천학은 시민의 눈높이로 이해하고 바라볼 수 있는 지역 연구로 발전되어야 한다. 또 지역 연구로서의 특수성과 함께 한국사회의 구조와 변동을 조명할 수 있는 사례도 제시해야 한다.

가톨릭대 평생교육원은 부천을 연구하는 사람, 공무원, 시민운동가 등을 대상으로 부천학 시민강좌를 연다. 부천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시민과 함께 나누기 위해서다.

이시재·가톨릭대 사회과학부 교수·seejaelee@catholi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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