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빚 가족3명 쇠사슬에 묶인채 승용차 안에서 불타 숨져

  • 입력 2003년 9월 8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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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충남 태안군 안면읍 꽃지해수욕장 남문주차장의 불에 탄 승용차 안에서 일가족 3명이 쇠사슬에 묶여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태안=연합
8일 충남 태안군 안면읍 꽃지해수욕장 남문주차장의 불에 탄 승용차 안에서 일가족 3명이 쇠사슬에 묶여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태안=연합
50대 부부와 30대 아들 등 일가족 3명이 승용차 안에서 쇠사슬에 묶인 채 불에 타 숨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8일 오전 3시30분경 충남 태안군 안면읍 승언리 꽃지해수욕장 남문주차장에서 스펙트라 승용차가 불에 타는 것을 순찰 중이던 인근 콘도 경비원 이모씨(52)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10여분 만에 진화된 승용차 뒷좌석에는 이학기(58·경기 광명시·전 공인중개사), 오혜순씨(53·여) 부부와 아들 이원씨(32·무직) 등 3명이 쇠사슬에 묶인 채 불에 타 숨져 있었다. 쇠사슬은 세 사람 전체를 느슨하게 묶고 있었고, 쇠사슬 사이를 다시 가는 철사로 연결해 놓은 상태였다.

현장 주변에서 발견된 오씨의 손가방에서는 ‘종현(친구)아 미안하다. 건강해라. 우리에게 도움을 준 여러분에게 미안합니다’ ‘우리 3명은 일가족입니다. 연고자에게 연락은 해주시고 무연고자로 처리해 주세요’라고 쓴 유서 형태의 메모지가 발견됐다. 이 메모지의 필체는 각각 이씨 부부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씨 부부가 1억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었고, 아들의 카드 빚 문제로 자주 다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일단 이들이 생활고를 비관해 시너를 뿌리고 불을 질러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수사 결과 이씨는 부동산중개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옥탑방에 세 들어 살며 주변 사람들에게서 돈을 빌려 쓴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또 이들의 두개골이 함몰돼 있었으나 부검 결과 화재에 의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경찰은 쇠사슬도 느슨하게 묶여 있어 스스로 묶었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타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하고 있다.

태안=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이 숙기자 s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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