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이곳]고승덕 변호사의 성곡미술관

  • 입력 2003년 8월 26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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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서울 성곡미술관의 야외조각공원에서 고승덕 변호사가 빗속에 우산을 쓰고 작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박영대기자
24일 오후 서울 성곡미술관의 야외조각공원에서 고승덕 변호사가 빗속에 우산을 쓰고 작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박영대기자
“비가 오는 미술관 정원을 걸어본 적 있으세요? 빗속에 은은하게 퍼지는 자연과 예술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답니다.”

사법·행정·외무고시를 모두 합격한 유명 변호사, 지난 2년간 책 4권 집필. 하루 24시간도 모자랄 것만 같은 법조계의 팔방미인 고승덕 변호사(46). 틈틈이 전시회에 가 좋은 작품을 구입하는 게 취미라는 고 변호사와 함께 폭우가 쏟아지던 24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있는 성곡미술관을 찾았다.

촉촉한 풀밭을 지나 가지런한 나무계단을 올라가니 갖가지 나무들이 조각품과 어울려 작은 숲을 이루고 있었다. 언뜻 어렵게 느껴지는 작품 앞에서 고개를 갸우뚱했더니 느낌이 가는 대로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고 변호사는 훈수했다.

“작가의 의도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면 물론 좋겠죠. 하지만 작품을 100% 이해 못한다고 해서 자신의 작품을 보지 말라는 작가는 아마 없을 겁니다.”

고 변호사가 성곡미술관의 팬이 된 건 오래된 일은 아니다. 스스로를 ‘광화문 키드’라고 부를 정도로 광화문은 친숙한 곳이지만 언제부턴가 그도 미술관에 들를 시간이 없는 바쁜 어른이 되어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우연히 알게 된 성곡미술관의 풍모에 반한 뒤로는 광화문에 왔다가 이곳을 거르면 하루 종일 아쉽다는 것.

“서울시청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는 데다 교보문고에서 책 고르는 걸 좋아해서 일주일에 한두 번은 광화문에 오거든요. 성곡미술관의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좋은 책 한 권을 만난 것처럼 기분이 들뜹니다.”

고 변호사가 성곡미술관을 추천하는 또 하나의 이유. 정원에 있는 야외찻집에 앉아 차를 마시는 즐거움은 비길 데 없이 상쾌하다. 이번처럼 비가 내리면 창문을 두드리는 빗물 사이로 보이는 조각공원은 더욱 운치가 있다. 앞만 보며 달려왔던 고 변호사에게 지난해는 인생의 전환점이 된 중요한 시기였다. 피곤을 몰랐던 그도 세월의 흐름을 느끼기 시작한 것. 그러던 중 미국의 시인 헨리 도로의 ‘자기 영혼의 재산을 증식시킬 시간이 있는 사람은 참 휴식을 즐기는 사람이다’라는 말의 참뜻을 깨닫게 됐다.

“미술관에 오는 건 여유 있는 사람이나 하는 거라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의미 있는 휴식도 자신에 대한 투자거든요. 게다가 미술관은 휴식과 함께 지식도 전해주는 곳입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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