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공무원들, 일감미끼로 일용직에 상납받아

  • 입력 2003년 8월 18일 18시 26분


일당 3만원을 받는 구청의 일용직 근로자들에게 상납하지 않으면 일감을 주지 않겠다고 협박해 상습적으로 금품을 갈취해온 현직 구청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특히 구의원에 출마했던 동네 유지를 일용직 근로자로 채용한 것처럼 허위 서류를 꾸며 수년간 부당하게 근로비를 지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경찰청은 18일 서울시 건설안전본부 7급 신모씨(44·7급)를 공갈과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서울 관악구청 직소 민원실장 소모씨(53·6급)와 서울시 남산공원관리사무소 시설과장 장모씨(55·5급) 등 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이들에게 청탁해 부당하게 근로비를 받은 혐의(업무상 배임)로 박모씨(53·부동산 중개업)와 최모씨(54·인테리어업)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신씨는 관악구청 녹지과에서 근무하던 1997년 10월경 일용직 근로자인 성모씨(66)를 작업반장으로 임명한 뒤 “3000만원을 빌려줄 테니 월 90만원의 이자를 가져오라. 말을 듣지 않으면 채용하지 않겠다”며 강제로 돈을 빌려주고 10개월간 900만원을 받은 혐의다.

신씨는 또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일용직 근로자 20여명에게서 교육 참가에 필요한 경비와 야유회비, 휴가비 명목으로 모두 90여만원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관악구청의 구청장 비서실장과 녹지과장을 지낸 소씨와 장씨는 구의원 출마 경력이 있는 부동산업자 박씨와 지역유지 최씨가 구청 일용직 및 공공근로자로 일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1999년부터 3년간 1630여만원의 근로비를 받게 한 혐의다.

가로수 베기와 도로화단 정리 등을 하는 구청 일용직은 구청의 각 과에서 일당 3만원을 주고 자체 채용하고 있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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