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3개大 합격한 64세 김종진씨 “인생절정기는 50대 이후”

  • 입력 2003년 8월 13일 19시 00분


코멘트
2004학년도 1학기 수시모집에서 3개 대학에 합격한 김종진씨. -김미옥기자
2004학년도 1학기 수시모집에서 3개 대학에 합격한 김종진씨. -김미옥기자
“요즘 사람들은 너무 일찍 인생 최고의 맛을 보려 합니다. 그러나 인생의 절정기는 50대 이후라고 생각합니다.”

2004학년도 1학기 수시모집에서 3개 대학에 합격한 만학도 김종진(金鍾震·64)씨의 독특한 인생철학이다.

“왜냐하면 절정기란 그 시기를 지나면 하락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절정기를 맞아 그걸 유지하려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아요.”

김씨는 서울대에서 9급 기능직 공무원으로 31년7개월을 근무하고 1997년 정년퇴임했다. 이후 그는 중고교과정 6년을 공부해 이번 수시모집에서 고려대 서창캠퍼스 인문사회학부, 단국대 천안캠퍼스 문예창작학과, 가톨릭대 국사학과에 합격했다.

“우리 사회가 너무 빨리 늙는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람을 일찍 정년퇴직시킨 다음 이민을 보내는 것도 아니고 죽이는 것도 아니고 계속 먹여 살려야 하는데, 이건 잘못입니다. 아직 팔팔한 축구선수를 주력이 조금 떨어진다고 벤치에 앉아 있게만 하는 것이나 같습니다.”

정년퇴직 후 그는 뭔가를 해내서 사회적으로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야겠다는 욕심이 들었다고 한다. 그가 목표로 삼은 것은 못다 한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인근 중학교의 교장선생님이 그에게 평생교육시설인 성지중고등학교(서울 강서구 화곡동)를 소개해줬고, 그는 6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야간반을 나가며 나이 어린 학생들과 함께 공부했다.

“내가 변하니까 모든 게 감동적으로 다가오더군요. 나도 보통 사람이니까 술도 마시고 싶고 흐트러지고 싶을 때가 있는데 공부에 매료되니까 다른 데 신경 쓸 일도 없고 시간도 없었어요.”

그러나 힘든 점도 많았다. 돋보기를 쓰고 있는 시간이 많아져 시력이 떨어졌고, 학교에서 시험이 있으면 좋아하는 관악산에 오르는 것도 접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비밀로 하고 학교에 다니느라 친구들이나 친척들과의 모임도 줄여야만 했다.

“이제 곧 등록을 해야 하는데 아직 결정을 못했습니다. 인문사회학부에 간다면 북한학을 공부하고 싶고, 문예창작학과에 간다면 사회적 이슈를 일으킬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국사학과에 간다면 현대사 공부를 해서 제 체험을 더한 산지식을 갖고 강단에 서고 싶습니다.”

김씨는 ‘지금이 인생 절정기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아직 내 인생의 절정은 오지 않았으며 앞날에 희망이 창창하다”고 답했다.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