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안군 주민투표 문제 있다

  • 입력 2003년 8월 3일 18시 34분


코멘트
원전수거물 관리시설(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유치 철회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는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의 발언은 경솔했다고 본다. 부안군민과 환경단체의 반발을 수습하기는커녕 혼란만 부추긴 격이다. 부안군 주민투표 방안은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주민투표법과 시행령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김 행자부장관이 지난달 28일 주민투표법안 입법 방침을 밝혔지만 빨라야 내년 하반기에나 시행될 전망이다. 계획대로 입법이 진행된다 해도 정부가 이미 입지를 확정 발표한 위도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에 대해서는 소급적용을 할 수 없다.

행자부는 주민투표법이 만들어지더라도 대형 국책사업은 주민투표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이는 국가의 이해가 걸린 사업을 해당 지역주민들의 투표만으로 결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관련부처 장관의 요구에 따른 주문형 주민투표는 가능하다는 특례조항을 만들 예정이지만 역시 한참 뒤의 일이다.

부안군의 격앙된 분위기도 걱정된다. 부안군은 현재 군수가 전경의 호위를 받으며 출퇴근을 해야 할 정도로 위협을 느끼는 상황이다. 이렇게 자유의사를 표출하기 어려운 상태에서는 주민투표 또한 의미가 없다고 판단된다. 자칫 주민들이 찬반으로 나뉘어 갈등과 반목만 키울 수 있다.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입지는 산업자원부 소관으로 행자부 장관이 단독으로 주민투표를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 같은 날 윤진식 산자부장관은 주민을 설득해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니 장관들끼리 손발도 맞지 않은 셈이다. 정부 안의 의견통일조차 제대로 안 돼서야 어떻게 주민의 이해를 구할 수 있겠는가. 김 장관은 현시점에서 부안군 주민투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릴 책임이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