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클린 경남' 구호 무색

  • 입력 2003년 7월 30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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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남지역에서 일어난 몇 가지 ‘사건’을 보면서 공무원들의 준법의식은 물론 부패척결 의지에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서로 감싸고 돌 뿐 환부를 들춰내 고치려는 노력이 크게 모자라기 때문이다.

합천군이 교부세를 더 배정받기 위해 외지인 수 천 명의 주민등록을 옮긴 것은 그 방법과 규모면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다.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주겠다며 목표를 할당하고 경쟁을 유도한 결과 합천군의 ‘서류상’ 인구는 6개월 사이 6463명이 증가했다.

매년 1500여명씩 줄어들던 추세를 감안하면 가히 놀라운 숫자다. 엄격히 법을 지켜야 할 공무원들이 ‘집단 위장 전입’에 동참한 셈.

합천군의 한 간부는 “인구가 급감하는 절박한 사정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경남도의 태도는 더 가관이었다. 감사실 등에서는 “오죽 답답하면 그리했겠느냐”며 “악의적인 부분은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관련 인원이 워낙 많아 감사가 쉽지 않다”는 언급도 했다.

행정 통계의 기본인 주민등록을 교란시킨 ‘위법’을 예사롭게 여기고 넘어가려는 사고가 놀라울 따름이다. ‘공직사회 개혁’을 외쳐온 공무원 노조도 침묵을 지켰고 수사 기관 역시 뒷짐을 지고 있다.

얼마 전에는 5개 시 군 간부 공무원이 수사관을 사칭한 40대에게 800여만원을 송금했다가 망신을 샀다. “비위 사실이 접수됐는데 잘 처리해 주겠다”는 공갈범의 전화에 부랴부랴 돈을 보낸 배경을 놓고 여러 가지 추측이 제기됐다.

경남도는 공무원 품위를 실추시킨 이 사건에 대해서도 “‘피해자’인 공무원을 징계하기는 어렵다”며 강 건너 불 보듯 했다.김혁규(金爀珪) 경남지사는 6월의 국민생활축전 개 폐막식 행사를 특정 이벤트사와 수의 계약한 것과 관련해 이달 초 도의회가 “위법이 아니냐”고 추궁하자 “합법성 보다는 합목적성을 중시했다”는 기발한 답변을 내놨다.

법규를 지키지 않는 공무원, 그리고 그들을 옹호하는 상급부서 관계자들은 올 4월 19일 경남도가 자체적으로 만든 ‘클린 경남의 비전과 추진 전략’을 다시 한번 읽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거기에는 ‘경남을 전국에서 가장 청렴한 도(道)로 만들자’는 다짐이 굵은 활자로 인쇄돼 있다.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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