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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7월 27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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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발되는 통증에 산재보상을 못 받아 생긴 우울증까지 겹친 이씨는 부인과 두 아들을 남겨두고 5월 말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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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양시의 한 영세 사업장에서 프레스 작업을 하다 손가락 3개를 잘린 김모씨(43)는 오랜 치료를 끝낸 뒤 직장 복귀를 요청했지만 ‘일도 할 수 없는 ××이…’이라는 싸늘한 말만 들었다.
산업재해로부터 근로자와 사업주를 보호하기 위해 1964년 도입된 국내 최초의 사회보장제도인 산재보험제도가 겉돌면서 현장 근로자들은 ‘다치면 용도 폐기된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
▽적용대상은 늘었지만…=산재보험이 적용되는 사업장과 근로자수는 해마다 늘어 지난해 말 현재 산재보험 대상은 전국 100만여 사업장, 1057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아직 사각지대가 적지 않다. 화물차주, 레미콘 운전사, 보험설계사 등 사업주와 근로자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는 ‘특수고용직’은 물론 공사금액 2000만원 미만 소규모 공사장 일용직 등도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노동부는 최근 산재보상보험법 시행령을 개정해 2005년부터 건설업 면허가 있는 사업주가 맡은 모든 공사와 종업원 5명 미만 농림어업 법인에도 산재보험을 적용키로 했다. 특수고용직에도 장기적으로 산재보험을 적용할 것을 검토 중이다.
18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산재보험 개혁 공동대책위원회’는 “면허 소지자가 2000만원 미만의 건설공사를 하는 일은 거의 없으며 사업주가 산재보험료를 안 내려고 공사금액을 줄이는 사례도 많다”고 지적했다.
▽인정받기도 어렵다=요양을 신청하거나 승인받기가 쉽지 않다. 산재가 잦으면 사업주가 일감을 따내는 데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
민주노총 조태상(趙太詳) 산업안전부장은 “사업주가 산재요양신청서에 날인을 거부하는 것은 물론 직원에게 압력을 넣어 진술을 방해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산재가 인정돼도 전과 같은 생활수준을 누리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다. 산재 근로자에게는 치료비 100%와 요양기간 중 휴업급여, 치료가 끝난 뒤 후유증이 발생했을 경우 받는 장해급여 등이 지급되지만 충분치 않다.
노동부 이상진(李相鎭) 산재보험과장은 “현재 국내 산재보험의 휴업급여 수준은 국제노동기구(ILO) 권고치인 ‘평균임금의 67%’를 웃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평균임금 범위에 사실상 임금 대신 지급되는 성과급과 상당수의 수당이 제외돼 외국과 비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멀고 먼 직장 복귀=한국노동연구원이 산재 후유증이 발생한 2199명을 대상으로 2001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48.4%(1064명)가 다시 직장을 얻었다.
취업률은 후유증이 비교적 가벼운 장해등급 8∼14급이 55%에 이른 반면 4∼7급은 31%, 노동력을 사실상 상실한 1∼3급 근로자는 4.3%에 그쳤다.
노동연구원 이현주(李賢珠) 책임연구원은 “예상보다 취업률이 높았지만 대기업 정규직에서 영세 사업장 일용직으로 전락한 근로자들이 적지 않아 취업의 ‘질’은 훨씬 떨어진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산재 근로자의 직장 복귀를 돕기 위해 장해등급 1∼9급 근로자를 고용하는 업체에 지원금을 주는 한편 장애인 의무고용률(2%)을 안 지키는 업체에 부담금을 물리고 있지만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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