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 목사, 일철스님 투병 도우려 음반제작

  • 입력 2003년 7월 25일 18시 14분


코멘트
매달 보름경 광주 증심사에서 개최되는 ‘무등산 풍경소리 작은 음악회’ 무대에 함께 선 일철 스님(왼쪽)과 임의진 목사. -사진제공 광주 증심사
매달 보름경 광주 증심사에서 개최되는 ‘무등산 풍경소리 작은 음악회’ 무대에 함께 선 일철 스님(왼쪽)과 임의진 목사. -사진제공 광주 증심사
“스님의 마음 한구석에 작은 연등을 켜는 심정으로 음반을 만들고 있습니다.”

개신교 목사가 말기암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인 스님을 위해 ‘사랑의 음반’을 제작하고 있다.

2년 전부터 광주 무등산에서 작은 음악회를 열며 ‘생명사랑 자연사랑’ 운동을 함께 펼쳐온 임의진(任義眞·37·전남 강진 남녘교회) 목사와 일철(一徹·49·광주 무등산 증심사 주지) 스님.

일철 스님은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전남대병원에 입원 중이다. 임 목사는 그런 스님의 쾌유를 기원하며 지난달부터 ‘사랑의 음악 보따리’를 싸고 있다.

8월 중순 선보일 음반의 타이틀은 ‘무등산’. 음반은 학생운동을 하다 출가한 범능 스님, 가수 안치환, 한보리, 김두수씨 등이 부른 산과 자연에 관한 노래들로 채워진다.

또 임 목사가 직접 부른 노래도 담고 시인 박남준씨의 ‘흰 부추꽃으로’란 시 낭송도 곁들이며 음반 표지에는 일철 스님의 투병기를 렌즈에 담아온 김홍희씨의 사진도 실린다. 음반은 1000장 정도 한정판으로 발매되며 수익금 일부는 일철 스님의 치료비에 쓰이고 나머지는 ‘무등산 보호단체협의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목사가 스님을 위해 음반을 만든다고 하니까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이 더러 있더라고요. ‘사랑’과 ‘자비’는 본디 다른 게 아닙니다.”

임 목사와 일철 스님이 종교를 뛰어넘어 만나게 된 것은 2001년 말.

일철 스님이 조계종 문화부장을 거쳐 증심사 주지로 부임하면서부터다. 환경운동에 관심이 많던 일철 스님은 지역 토박이로 문화운동에 관심을 보여 온 임 목사와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됐다. 임 목사가 훨씬 나이가 적지만 일철 스님은 나이와 상관없이 ‘도반’이라고 부르고 임 목사도 스님을 ‘친구’로 부른다.

두 사람은 자연과 생명, 문화와 환경이 한데 어우러지는 공간을 만들기로 의기투합했다.

지난해 7월 증심사에서 열린 ‘무등산 풍경소리 작은 음악회’가 그것. 매달 보름을 즈음해 열리는 산사 음악회는 이제 들꽃 향기가 가득한 아름다운 문화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임 목사는 “음악회가 종교의 벽을 뛰어넘은 문화마당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된 것은 일철 스님의 덕”이라며 “도반으로, 생명과 문화를 살리는 운동을 같이한 일철 스님을 위해 무등산을 사랑하는 인연들이 모여 음반을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