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속 ‘묻지마 살인’…노숙자가 잠든 승객 흉기로 마구 찔러

  • 입력 2003년 7월 18일 18시 27분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한 노숙자가 열차에서 자고 있던 승객을 아무런 이유 없이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경기 평택경찰서는 18일 이모씨(42)를 살인 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17일 오후 10시25분경 부산발 서울행 무궁화호 열차가 천안∼평택구간(평택시 유천동)을 지날 때 4호 객차에서 잠을 자던 승객 민모씨(60·무역회사 사장)의 가슴과 목을 흉기로 3차례 찔러 숨지게 했다.

민씨와 함께 있던 동료 박모씨(63)는 “민씨가 통로 쪽 좌석에서 잠을 자고 있었는데 허름한 행색의 중년 남자가 아무런 말도 없이 다가와 흉기로 마구 찔렀다”고 말했다.

민씨는 이날 친형과 동료 등 4명과 경남 거창의 황석산을 등산한 뒤 오후 7시40분 대구역에서 열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변을 당했다.

이씨는 범행 후 놀란 승객들이 모두 빠져나간 객차에 숨진 민씨와 단 둘이 남아 있다가 신고를 받고 평택역에서 열차에 오른 경찰관들에게 흉기를 휘두르며 반항하다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2년간 경기 오산의 한 정신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오다 5월경 퇴원한 뒤 노숙생활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는 경찰에서 “민씨가 나를 죽이려고 하는 것 같아서 찔렀다”고 말하는 등 횡설수설하고 있다.

경찰은 이씨가 입원했던 정신병원에서 치료일지 등을 넘겨받아 정확한 정신상태를 감정할 예정이다.

평택=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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