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병으로 학교에 매일 다닐 수 없습니다. 담임선생님이 일주일에 두세 번 집으로 오셔서 가르쳐 주십니다. 수업이 없는 날은 공부방에 가서 친구들과 공부하고 게임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유일하게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지요.’(석민희·가명·12·여)
김양은 부모, 언니 동생과 함께 경남 함양군의 낡은 집에서 살고 있다. 아버지는 농사를 짓고 어머니는 만성신부전증으로 고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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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녕군의 석양은 치료가 어려운 근이양증 환자. 아버지는 렌터카 기사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한다. 오래 전 가출한 어머니를 대신해 석양을 보살피던 할머니는 최근 뇌중풍으로 쓰러졌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혜택으로 하루하루 힘겹게 지내는 김양과 석양은 올해부터 한 달에 5만원씩 장학금을 받고 있다. 액수는 많지 않지만 세상의 누군가가 따뜻한 손길을 내밀었다는 사실은 이들에게 큰 기쁨이다.
김양과 석양에게 장학금을 주는 곳은 ‘부스러기 사랑나눔회’(상임이사 강명순). 부부 목사인 정명기씨와 강 이사가 1986년 만들었다. 감리교 본부에서 도시빈민 구제활동을 벌이던 정씨가 영국에 유학간 사이 강 이사가 대학 은사와 친구들의 후원을 받아 시작했다.
빈민 가정의 초중고교생 240명에게 주는 장학금은 한달에 5000원, 1만원씩을 내는 나눔회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마련한다. 프로골퍼 최경주씨, 개그우먼 이성미씨 등이 후원회원이며 LG복지재단, 이랜드, 우림건설 등 기업도 동참하고 있다.
나눔회는 교회와 사회복지사 등이 마련한 공부방 51곳에 급식, 학습 및 문화활동을 지원한다. 학대받는 아동을 위한 쉼터도 직접 운영하고 있다. 미취학 아동을 위한 보육시설과 달리 공부방은 학교에 다니는 초중고교생을 보살피는 데 주력한다.
강 이사는 “50만명으로 추정되는 빈곤가정의 학생을 위해 정부가 공부방을 법제화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이사는 보다 조직적인 활동을 위해 전국에서 공부방을 운영하는 인사들과 최근 전국협의회를 만들었다. 전화 02-365-1265, 02-365-1976, 팩스 02-392-4630, 인터넷 홈페이지 www.busrugy.or.kr.
송상근기자 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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