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쇼핑건물 ‘조명 공해’…순간 눈부심 교통사고 위험도

  • 입력 2003년 5월 25일 1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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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 근처 쇼핑센터들의 옥외 조명은 운전자와 행인을 눈을 피로하게 만들고 순간적 시각장애까지 일으킬 정도다.-사진제공 경희대
서울 동대문 근처 쇼핑센터들의 옥외 조명은 운전자와 행인을 눈을 피로하게 만들고 순간적 시각장애까지 일으킬 정도다.-사진제공 경희대
번화가의 대형 쇼핑건물이 운전자나 보행자가 순간적으로 시각 장애를 일으킬 만큼 강한 옥외조명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인접 건물에서는 너무 눈이 부셔 온종일 차양스크린을 내리고 일을 하고 있지만 빛 공해를 규제할 법적 근거가 전혀 없는 실정이다.

경희대 채광조명시스템연구센터(과학기술부 국가지정연구실) 김정태 교수팀은 서울 동대문 일대에 1998년 이후 들어선 신축 쇼핑건물 3동에 대해 빛 공해 실태를 조사해 16일 열린 한국생태환경건축학회에서 발표했다.

이들 쇼핑센터는 고객의 시선을 끌어 매출을 늘리고자 저녁부터 새벽까지 매우 강한 옥외경관조명을 하고 있다. 3개 건물 벽의 m²당 최고 밝기(휘도)는 79, 68, 28칸델라로, 국제조명위원회(CIE)의 권장기준(25칸델라)을 모두 초과했다.

M빌딩은 강력한 조명기구로 벽을 비추는 상향 투과조명을 하고 있다. 이럴 경우 자동차 전조등을 하이 빔으로 켠 것 같은 효과를 내 행인을 눈부시게 한다. H빌딩은 건물의 유리창 안쪽에서 바깥쪽을 비추는 강력한 컬러 변화 램프를 설치해 건물 전체의 색깔이 계속 바뀌게 하고 있다.

이 쇼핑센터 옆을 지나가는 사람이 시선을 좌우로 돌리면 조도는 최고 14배나 높아진다. 김 교수는 “운전자가 어두운 곳을 보다 갑자기 밝아지면 눈이 암순응과 명순응에 적응하기까지 순간적으로 시각 장애가 발생해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명동 M빌딩은 낮에는 유리가 빛을 반사하고 밤에는 옥외조명을 지나치게 밝게 해 인접 건물 직원들이 눈의 피로감 때문에 온종일 창의 차양스크린을 내리고 일을 하고 있다.

김 교수는 “현재 국내에는 빛 공해에 대한 규제가 전혀 없어 이를 고려한 설계와 조명디자인 그리고 빛 공해 방지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진국들은 눈부심이 심한 상향조명이나 모든 방향으로 퍼지는 전방확산조명과 투과조명을 규제하고 아래쪽으로만 비추는 하향조명을 권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약 100개 도시가 안전하고 쾌적한 조명 환경을 위해 조명 조례를 제정했다. 일본 환경청도 번화가, 도심주택지, 교외주택지, 전원 등 4개 지역별로 조명환경 권장치를 제정해 9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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