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화물연대 농성 중단,통제 어려워지자 민노총 해산결정

  • 입력 2003년 5월 13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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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인 집단농성 태세를 보이다 13일 새벽 부산대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2000여명의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어디로 갔을까. 이들이 단순한 조직통제력의 약화로 해산한 것인지, 경찰력 투입에 대비해 전략적으로 ‘일보 후퇴’한 것인지에 따라 앞으로 물류대란의 양상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부산대에서 농성을 벌이던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 2000여명은 정부가 ‘공권력 행사’를 선언하자 13일 오전 4시경 모두 빠져나갔다.

▽왜 흩어졌나=이들의 해산은 화물연대 지도부의 판단이라기보다는 이들을 막후 지원해온 전국운송하역노조와 민주노총측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13일 오전 3시경 농성현장을 취재하던 기자를 집단 폭행하는 등 이성을 잃은 상태. 조합원을 제어해야 할 지도부도 역시 농성현장에서 수시로 조별 인원을 점검하며 농성장 이탈을 막느라 안간힘을 쓰는 등 지도력을 상실한 모습을 보였다.

경찰관계자는 “개인사업자들로 구성된 화물연대는 집단행동을 장기적으로 이끌어가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결집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무리하게 경찰과 충돌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려는 계산을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일단 농성장을 빠져나간 해산한 조합원들은 시내 곳곳의 소규모 화물주차장이나 찜질방, 자택 등에서 휴식을 취하며 지도부의 지침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모이나=아직까지 화물연대의 앞으로 행동은 불투명한 상황. 화물연대 지도부 관계자는 13일 오후 “상황을 지켜본 뒤 재집결 혹은 집단행동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도부가 통제력을 상실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대해 “조합원들이 투표를 통해 파업을 결정한 만큼 재집결할 경우 인원은 이전보다 훨씬 늘어나고 통제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지도부 관계자는 “현재 정부와의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도부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다”며 물리적 대결보다는 협상에 의한 타결쪽으로 물밑접촉이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또 “파업강행을 주장하는 강경파 조합원에 대해서도 개별적으로 접촉해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농성 해산 이후 지도부는 강경파뿐 아니라 대다수 조합원들에 대한 통제력을 거의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며 “빠른 시간 내 재집결할 가능성이 높지만 농성에 다시 참여하는 조합원 수는 부산대에 모였던 2000여명에 훨씬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부산=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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