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전홍섭/다시 '좋은 선생님' 으로

  • 입력 2003년 5월 13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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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섭
‘열린 가슴, 뜨거운 가슴, 존귀한 가슴.’

한국교총은 최근 제51회 교육주간 주제로 ‘좋은 선생님’이라는 표어를 확정 발표했다. 그러면서 ‘좋은 선생님’은 ‘학생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열린 가슴’, ‘교육 열정과 신념이 있는 뜨거운 가슴’, ‘양심을 지키는 존귀한 가슴’을 가진 분이라고 설명했다. 너무나 아름다운 말이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 현실은 어떤가. 과연 선생님들이 이런 가슴을 가질 만한가.

매년 5월은 은혜와 보은의 달이다. 하지만 이때 교육계는 몸살을 앓는다. 선생님들은 어깨가 처진다. 올해는 최근 여러가지 사안으로 볼 때 여느 해보다 더할 조짐이다.

지난달 충남 예산 보성초등학교 서승목 교장선생님의 자살로 촉발된 교육계의 갈등과 반목은 극에 이르렀다. 또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시행에 따른 교육부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이의 샅바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마치 열차가 궤도 위에서 마주 보고 달려오는 듯한 형국이다. 언제나 교육 관계자들이 함께 화해의 잔치를 열 것인가.

‘한국의 교육 문제는 신(神)도 해결하지 못한다’는 자조적인 말도 있다. 교육부와 각 교원 단체가 자기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쟁점을 놓고 타협하고 양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필자는 우리 교육이 이처럼 어려움을 겪는 데에는 교육 당국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역대 정부는 한결같이 ‘교육 개혁’을 내세웠다. 그러나 진정한 ‘교육 개혁’을 이룬 정부는 없었다. 차라리 개혁을 하지 않았더라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결국 위로부터의 개혁이 실패한 것이다. 교육의 주체여야 할 선생님을 개혁의 대상으로 몰고 갔기 때문이다. 머리만 있고 손발이 움직이지 않는데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물고기는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다. 교사 역시 아이들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모든 교육 정책과 교육 활동이 학생을 위한 기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바로 ‘참교육’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학생들의 곁에서 인격적인 교류를 통해 이들을 한 사람의 건전한 사회인으로 키우는 일, 이것이 바로 교육의 정도이고 진정한 개혁일 것이다.

전홍섭 서울 잠실여고 교사·서울 중랑구 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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