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문화재청, 보길도 댐 증축 사실상 불허

  • 입력 2003년 5월 2일 2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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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 윤선도(孤山 尹善道) 선생의 유적이 산재한 전남 완도군 보길도의 상수원 댐 증축공사(본보 3월11일자 A25면 보도)가 문화재청의 불허 결정에 따라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최근 문화재청은 완도군이 신청한 ‘보길도 댐 증축 현상변경’에 대한 회신에서 “현재 설치된 둑을 더 높일 경우 윤선도 유적의 역사환경과 경관 변화를 초래하고 사적 관리에도 영향을 주게 돼 신중을 기해야 된다”며 사실상 불허 결정을 내렸다.

완도군은 고산이 살던 부용리 일대에 한국식 전통 정원인 부용동 원림(사적지 368호)이 있어 공사를 하려면 문화재청의 현상변경 허가를 받아야 돼 지난달 22일 허가를 신청했다.

지난달 환경부의 댐 증축공사 공사 중단 요청에 이어 이번 문화재청의 결정은 현재 주민대표와 전문가 등 15명으로 구성된 ‘보길도 상수원 문제 검토위원회’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검토위원회는 현장조사 등의 활동을 벌인 뒤 6월 말경 댐 증축공사에 대한 최종 의견을 발표할 예정이다.

문화재청 회신과 관련해 ‘보길면 상수원 댐 증축 반대 주민대책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성명을 통해 “댐 증축으로 인한 문화재 훼손이 명백해진 이상 군이 검토위원회 결정 이전이라도 댐 증축 공사의 전면 백지화를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완도군은 “‘둑을 높이는 것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문화재청의 의견은 공사를 벌이되 여러 여건을 감안해 신중히 추진하라는 것이지 결코 불허 결정이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완도군은 보길도와 인근 노화도 상수원 확보를 위해 올해부터 2006년까지 총 사업비 273억원을 투입해 기존의 댐을 20m에서 30m로 높이고 저수용량을 42만t에서 150만t으로 늘리는 공사를 추진하려다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주민들은 “기존의 상수원 댐으로도 낭음계곡에 있던 목욕반이나 유상곡수연이 수장됐으며댐을 증축할 경우 세연정, 동천석실, 곡수당, 낙서재 등이 사적지로부터 500m 안쪽에 있어 훼손이 우려된다”며 댐 증축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완도=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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