康법무 前남편 빚 갚으려 같이 살던 언니 집 내놔

  • 입력 2003년 4월 22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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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실(康錦實·46·사진) 법무부장관은 ‘3무(無) 장관’으로 불린다. 남편과 아이, 그리고 자기 집이 없다.

84년 결혼한 전 남편 김태경씨(49)와 16년간 함께 살았지만 아이는 남편 뜻에 따라 갖지 않았다. 출판사를 경영하는 남편이 진 빚을 대신 갚기 위해 96년 판사직을 그만두고 변호사로 나섰지만 줄기차게 불어나는 남편 회사의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2000년 8월 이혼했다.

남편과는 헤어졌지만 빚은 고스란히 그의 부담으로 남았다. 이혼 당시 그에게 남겨진 빚은 9억원가량. 그는 법무장관으로 임명되기까지 3년간 법무법인 지평의 대표로 활동하면서 번 돈을 고스란히 이자와 원금을 갚는 데 쏟아부었지만 남은 빚만 6억원이 훨씬 넘는다.

강 장관은 퇴직 당시 지평측으로부터 공로금과 퇴직위로금 명목으로 3억원 가까이 받았다. 그러나 이 돈은 그동안 남편 빚을 갚으면서 지평에서 대여금 형식으로 빌려 쓴 돈 3억원을 정산한 것이라서 빚을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런 그가 최근 자신과 언니 인실(仁實·50)씨가 함께 거주하는 언니 집(서울 강남구 삼성동 K빌라)을 내놨다.

2월27일 법무장관에 임명된 뒤 두 달간 생활해 보니 장관 수입(수당 등 포함 월 800만원 가량)으로는 생활비를 빼고 나면 도저히 현재 떠안고 있는 빚의 이자도 갚아나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매달 그가 갚아야 하는 빚은 이자만 500만원 가까이 된다. 원금도 매달 갚아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언감생심(焉敢生心).

원래 독신인 강 장관 언니가 소유하고 있는 집은 60평 규모로 시가 7억원가량 나가지만 집을 빨리 처분하기 위해 6억5000만원에 내놨다. 강 장관은 언니 집이 팔리면 빚 상환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집으로 전체 빚을 갚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언니 역시 강 장관의 전 남편이 경영하는 출판사를 공동 운영하면서 진 빚이 1억원이 넘기 때문이다.

강 장관의 한 측근은 “강 장관은 남편 빚을 빨리 갚기 위해 그 흔한 자동차 한 대도 사지 않았다”며 “갚아도 갚아도 줄어들지 않는 동생의 빚잔치를 위해 언니가 대단한 결심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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