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유치원을 찾아왔어요…실험수업 도입 점차 늘어

  • 입력 2003년 4월 22일 16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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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로켓과 패트병을 가지고 있어” “난 고무호스”'로켓에 고무호스와 패트병을 연결해야지'
“나는 로켓과 패트병을 가지고 있어” “난 고무호스”
'로켓에 고무호스와 패트병을 연결해야지'
18일 오전 경기 고양시 화정동 화정유치원. 7세 유치반인 ‘슬기반’ 20여명이 양손에 1.5L짜리 패트병과 플라스틱 로켓모형을 단 비닐관을 들고 놀이터로 향했다.

“패트병을 발로 세게 밟으면 어떻게 될까요?”(김미숙 원장)

“하늘로 날아가요.”(김진호군)

“왜 날아갈까요?”(김 원장)

“공기의 힘 때문이지요.”(박재경군)

"진호야 네가 밟아봐.세게 밟아야 할까? 살짝 밟아야할까?" "세게 밟아야 해요. 앗" "와, 하늘로 날아가요"

김 원장이 패트병을 발로 밟자 아이들은 “로켓이 지붕까지 날아간다”고 환호성을 지르며 즐거워했다. 곧 아이들은 자신들의 로켓을 발사하느라 열중했고 놀이터는 순식간에 과학실험실로 변했다.

이 유치원에서는 금요일 오전마다 김 원장이 직접 가르치는 ‘과학시간’을 진행한다. 반별로 30∼40분씩 수준에 맞춰 과학실험을 진행하는 것. 유치반에서는 최근 몇주간 ‘공기단원’을 공부하면서 헬리콥터와 바람개비를 만들었다. 헬리콥터 날개를 만들어놓고 빨대로 불어보면서 ‘공기의 힘을 이용해 날개가 돌아가는 원리’를 눈으로 본다.

김 원장은 “아이들이 과학현상을 보면 호기심과 지적 욕구를 일으키지만 조금만 크면 과학을 딱딱하고 재미없는 과목 가운데 하나로 인식한다”며 “어려서부터 과학이 쉽고 재미있는 것이란 생각을 심어주기 위해 과학시간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화정유치원처럼 미술이나 음악과 같이 과학을 수업시간에 가르치는 유치원들이 늘고 있다. 유치원 교사들은 과학관 방문이나 야외관찰 학습에서 벗어나 과학실험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들 유치원에 과학커리큘럼을 공급하는 업체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초등학생들에게 가정방문학습 형태로 과학실험지도를 실시하고 있는 A+과학나라(www.aplusnara.com)는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과학동산’이라는 별도 브랜드를 만들었다. ‘과학동산’에서는 각 유치원에 실험 재료와 커리큘럼을 제공하고 있는데 원할 경우 과학교사를 파견해 수업을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A+과학나라 최희경 차장은 “중학생만 돼도 실험을 통한 이해보다는 원리를 달달 외우는 과학공부를 하게 된다”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생활 주변의 친숙한 소재로 실험을 통해 과학원리를 깨닫게 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더니 최근에는 유치원생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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