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신청하면 딴사람 뽑겠다” 노동사무소장 폭언 파문

  • 입력 2003년 4월 21일 18시 32분


코멘트
현직 노동부 공무원이 육아휴직을 신청한 비정규직 여직원에게 폭언을 퍼부으며 사실상 퇴직을 강요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21일 한국노총에 따르면 배호득(裵浩得·51) 춘천지방노동사무소 소장은 17일 육아휴직을 신청하러 온 직업상담원 윤모씨(35·여·가평고용안정센터 분소)에게 “산전 산후휴가로 3개월을 쉬고 또 육아휴직을 하겠다는 것이냐”며 폭언을 했다.

배 소장은 이어 “당신을 내보내고 다른 사람을 뽑는 게 낫겠다”며 휴직신청을 철회하지 않으면 퇴직시킬 뜻을 내비쳤다는 것.

이와 관련해 윤씨가 소속된 전국직업상담원노조는 이날 춘천사무소를 항의 방문하고 25일경 비정규직 여직원의 인권 보호를 촉구하기 위한 대규모 집회도 열 예정이다.

한국노총은 “누구보다 앞장서 노동법을 지키고 위반 사업장을 감독해야 할 노동부 지방노동사무소장이 여성 노동자를 인격적으로 모독한 것은 노동부 관료의 비도덕성과 권위주의를 드러낸 심각한 사건”이라며 공개사과와 배 소장의 해임을 정부에 촉구했다.

이에 대해 배 소장은 “윤씨가 근무하고 있는 가평분소에 상담원이 2명밖에 없어 대체인력을 구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지나친 표현을 한 것 같다”며 “윤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21일부터 육아휴직에 들어가도록 했다”고 해명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