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ICD사장 선임 3인만에 사퇴…후임 與인사 내정소문에 '공개채용'선회

  • 입력 2003년 3월 19일 1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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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출자기관인 양산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신임 사장이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지 불과 3일 만에 전격 사퇴하고 민주당 인사가 후임으로 내정됐다는 소문이 나도는 등 이 회사 경영진 인선을 둘러싼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19일 양산ICD와 주주사 등에 따르면 14일 서울에서 열린 이 회사 정기 주주총회에서 울산해양수산청장 출신인 양성직(楊成稙·60)씨가 사장으로 선임됐다. 양 신임 사장은 이날 주총에서 “열심히 하겠다”는 취지의 인사말까지 했다.

그러나 양씨는 해양수산부에 신임인사차 다녀온 직후인 17일 양산ICD 사무실에 출근해 돌연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할 수밖에 없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양씨는 19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건강상의 이유로 스스로 사의를 표명했다. 몸담았던 조직에 누를 끼치기 싫다. 더 이상 묻지 말라”고 말했다.

양산ICD 주주사의 한 관계자는 그러나 “당초 양씨를 신임 사장으로 추천했던 해양수산부가 3일 만에 ‘여권 인사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사장을 재선임할 필요가 있다’며 갑자기 사장 재선임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해양수산부가 갑자기 사람을 바꾸려는 이유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양산ICD 고위간부는 “민주당 지구당 위원장 출신인 S씨가 신임사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는 발언을 해 ‘낙하산 인사’설이 급속히 회사와 주주사 사이에 확산됐다.

이와 관련, 해양수산부 홈페이지에는 양산ICD 입주업체 직원이라고 밝힌 사람이 17일 “노무현 정부가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으면서도 이런 작은 단체에 낙하산 인사를 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다”고 비난하는 글을 올리는 등 파문이 확산됐다.

양산ICD측은 사장교체로 물의가 빚어지자 19일 오후 주주사들에 “24일 후임사장 선임을 위해 개최하려던 임시총회를 유보하며 주총 일정은 추후 연락하겠다”고 통보했다.

양산ICD측은 “사장 선출방식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공개모집 방식이 될 것”이라며 “내정설에 오른 S씨는 배제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자본금 1900억원인 양산ICD는 부산항을 통해 수출입되는 컨테이너를 임시보관해두는 곳으로 공기업인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이 10.2%의 지분을 갖고 있으나 민간기업인 한진해운(14.8%)과 ㈜세방, 고려종합운수(각 10.21%) 등 15개 업체가 주주로 참여해 설립됐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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