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公 사령실 "마스터키 뽑아 대피하라" 지시 드러나

  • 입력 2003년 2월 25일 01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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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 방화 참사 현장으로 1080호 전동차를 몰고 진입한 기관사 최상열씨(39)가 화재 발생 당시 사실상 ‘마스터키를 뽑고 대피하라’는 대구지하철 공사 종합사령실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사고 직후 1080호 기관사 최씨와 운전사령간의 유선교신(18일 오전 9시55분∼10시17분) 녹취록 문건을 23일 압수 수색을 통해 확보한 녹취록 원본 테이프와 비교해 본 결과 일부 내용이 빠진 사실을 밝혀내고 24일 누락된 녹취 내용을 공개했다.

일부 내용이 누락된 녹취록은 대구지하철 감사부에서 만든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밝혀져 대구지하철공사측이 조직적으로 은폐 및 축소조작에 개입한 것으로 사실상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녹취록에서 삭제된 부분은 사고 당일 오전 10시8분부터 10시11분까지 기관사 최씨가 휴대전화로 사령실 운전사령과 통화한 3차례의 대화 내용이다.

누락된 녹취록에서 종합사령실 운전사령은 최씨에게 ‘차 그렇게 놓고 이제, 차판(마스터키를 오프상태로 하라는 의미) 내려놓고 다른 데 도망가, 올라가라고, …승강장으로 대피하라니까… 판 내려야 돼. 판 내려야 돼, 차 죽이고 가야 돼(전원공급 키인 마스터키를 뽑으라는 뜻)…’라고 지시했다.

경찰은 ‘차판 내려야 돼’를 마스터키 오프 상태로 하라는 지시로, ‘차를 죽이고 가야 돼…’는 마스터키를 뽑아 가라는 지시로 보고 있다.

경찰은 종합사령실의 지시가 최씨가 기관실을 벗어나기 전에 이뤄졌는지에 초점을 맞춰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종합사령실측이 녹취록 원본테이프에 담긴 통화내용이 사령업무를 맡은 직원들에게 불리할 것으로 판단, 이 부분을 뺀 녹취록 문건을 작성해 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보여 은폐 및 축소조작 여부를 조사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사령실과 기관사 최씨와의 정확한 통화내용을 밝히기 위해 녹취록 테이프 원본과 공사측이 공개한 녹취록의 비교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했다.

한편 경찰은 대구지하철공사 윤진태(尹鎭泰·63) 사장을 소환, 조사하는 등 수사범위를 지하철 공사 시공에서부터 운영까지로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1차 사법처리 대상자는 현재 방화범 김대한씨(56)와 전동차 기관사 2명, 종합사령팀 직원, 역무원 등 모두 20명선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화재 현장으로 전동차를 진입시킨 1080호 기관사 최씨와 1079호 기관사 최모씨(34), 전동차의 운행 감시와 통제를 소홀히 한 종합사령실 팀장 곽모씨(51), 화재경보음을 기계오작동으로 판단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기계설비사령 과장 이모씨(44) 등 10명에 대해 업무상 중과실 치사상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대구=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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