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취학’이 스트레스 덜어준다

  • 입력 2003년 2월 3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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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 입학식에 참석한 새내기들이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교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 입학식에 참석한 새내기들이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교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2월은 학생들에게 커다란 변화를 준비하는 시기다. 방학이 끝나고 얼마 있으면 새 학년이 시작될 뿐만 아니라 상급 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전혀 새로운 환경을 맞이하게 된다. 특히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어린이들은 가정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학교라는 조직생활에 첫발을 내딛는 것인 만큼 3월 취학 전까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취학 일정=올해 초등학교 취학 대상은 96년 3월1일부터 97년 2월 말 사이에 출생한 아동이다. 시도별로 시기에 차이가 있지만 서울의 경우 1월27일부터 동사무소에서 각 가정에 취학통지서를 보냈으며 5일 학교별로 취학아동을 예비 소집한다.

사립학교 입학생은 예비 소집에 나갈 필요 없이 사립학교 입학확인서와 취학통지서를 해당 동사무소에 제출하면 된다. 입학 전에 홍역 2차 접종을 받고 학교에 확인서를 내야 한다. 홍역 2차 접종은 4∼6세 아동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서울은 구청 보건소에서 초등 신입생에게 무료 접종을 해준다. 이미 접종한 경우 확인서를 받아 학교에 내면 된다.

▽취학 준비=아이들은 시행착오를 거쳐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만큼 너무 초조해 하지 말고 차근차근 준비시키면 된다.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하는 만큼 아침 일찍 일어나고 밤에는 일찍 잠자리에 드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또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이를 닦고 세수하기, 옷 갈아입기 등을 혼자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러나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한꺼번에 많은 것을 요구하지 말고 아이와 상의하면서 천천히 진행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자녀와 함께 등굣길을 답사하면서 위험한 요소는 없는지 한번 살펴보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방법 등도 가르쳐야 한다. 함께 학교에 다닐 친구가 있으면 짝을 지어 가 보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학습능력=입학 전에 한글과 셈 등을 완벽하게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유치원에서 배우는 글자와 숫자를 알면 수업을 따라가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실제로 교사들은 “가정에서 미리 많은 공부를 하고 입학한 아동은 오히려 학습에 대한 흥미를 갖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한다.

자기 이름을 쓰고, 시계를 보고, 1에서 10까지의 숫자를 읽을 수 있으면 된다. 여기에 간단한 덧셈, 뺄셈 정도를 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

쓰기보다는 말하기와 읽기가 더 중요하다. 간판이나 과자봉지 등에 있는 글자를 이용해 재미있게 글을 배울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건강상태 확인=환경이 변하면 아이들이 금방 피로와 스트레스를 받는다. 학교생활을 따라갈 수 있을 정도의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미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색깔 구별이나 기본 시력에 이상은 없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 또 소리를 듣고 구별하는 데 이상은 없는지, 정해진 시간 동안 의자에 앉아 수업을 받을 수 있을 만큼 기초체력이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최소한 20분 이상은 의자에 앉아 집중할 수 있어야 무리 없이 수업을 받을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 최재광(崔載光) 초등장학사는 “학교와 선생님이 무서운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주기보다 친근하고 도움을 주는 존재로 느끼도록 가르쳐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고교 배정=중학교는 학생의 통학 편의와 학교의 수용능력을 고려해 거주지 인근 학교군이나 인접 학교군으로 배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서울의 중학교 배정은 자신이 다니는 초등학교를 통해 2월8일 통지되며 입학 등록일은 2월10∼12일이다. 배정 작업 이후 이사한 경우는 10∼28일 재배정 신청을 받아 다시 학교를 지정해 준다.

고교 배정은 서울의 경우 이미 작업이 진행 중이며 15일 결과가 발표된다. 배정원서 접수 이후 다른 학교군으로 이사한 경우 재배정은 없고 전학 절차를 밟아야 한다. 3월1일부터 시교육청 인터넷으로 전학 신청을 하거나 2일부터 시교육청을 방문해 신청하면 된다. 희망 학교를 적어낼 수 있고 빈자리가 없으면 대기해야 하며 선착순 원칙이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취학유예’ 해마다 증가▼

초등학교입학을 앞둔 현대경복유치원 어린이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안철민기자

1997년 3월 1일부터 98년 2월 말 사이에 태어난 아동은 만 5세 조기취학 신청 대상이 된다.

자녀를 1년 먼저 학교에 보내려는 학부모는 예비소집 이후 집 근처 학교에 문의하면 된다. 학교별로 수용 인원을 따져서 조기 취학 허용 여부를 결정하므로 반드시 자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의 경우 17일부터 22일 사이에 해당 학교에 신청서를 접수하면 학교에서 28일 선정 결과를 통보해 준다. 선정 기준은 생년월일순이며 입학식 이후 2개월 동안 학교 적응 상태 등을 고려해 4월 30일 학업을 계속할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조기 입학한 뒤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너무 무리해서 일찍 보낼 필요는 없다.

최근에는 아이들의 영양상태가 좋아 한 살 차이라도 신체 발육 정도가 다르고 학습 능력도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머리’만 믿고 조기 입학시켰다가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이와 반대로 취학 적령인데도 아이가 신체적 정신적으로 뒤떨어져 입학을 1년 늦추는 ‘입학유예 신청’이 해마다 늘고 있다. 서울의 경우 98년 3178명, 99년 3633명, 2000년 3897명, 2001년 4632명, 2002년 5182명으로 집계됐다.

취학유예 신청을 하는 아동은 대부분 또래보다 덩치나 키가 작거나 97년 1, 2월생으로 또래 아이들과 태어난 해가 다른 경우. 학교에 가서 친구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받거나 학업을 따라가지 못할 것을 우려해 학부모들이 1년 늦게 학교에 보내려 하는 것이다.

입학유예 신청을 하려면 의사의 진단서 등 사유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첨부해 취학 예정 학교의 학교장에게 제출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초등학교 선생님의 6가지 조언▼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환영합니다.

이제 어린이들은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학교라는 보다 넓은 사회에서 공동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 찬 어린이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가정에서 부모의 적절한 지도가 필요합니다.

첫째, 입학이 과중한 부담이 돼서는 안 됩니다. 새로운 학교 생활에 대한 지도는 쉬운 것부터 조금씩 무리 없이 진행돼야 합니다. 어려운 내용을 강제로 가르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어린이의 능력에 맞는 지도가 필요합니다.

둘째, 어린이들은 의사 표현에 자신이 없으면 학교생활이 싫어지게 됩니다. 어른들이 재촉하거나 성급하게 꾸짖기에 앞서 그날그날 이야기를 들어주고 칭찬해 줄 때 자신감과 의사 표현 능력이 길러져 보람 있는 학교 생활을 하게 됩니다.

셋째, 자기 중심적인 생각을 버리도록 가르쳐 주세요. 내 아이가 남의 아이보다 잘 하고 앞장을 서고, 1등을 했으면 하는 생각은 부모로서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자칫 일생을 마음 편히 살 수 없는 경쟁병에 걸리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달라질 겁니다.

넷째, 학교에서는 일정한 시간이 있고 과제가 있어 여러 가지 제약도 받게 됩니다. 자유로운 가정생활과는 다른, 새로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대처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일입니다.

다섯째, 자신의 일은 자신이 할 수 있도록 지도해 주세요. 그래야 아이가 성취감을 느끼고 자립심도 갖게 됩니다.

여섯째, 말씨와 예절에 대해 신경을 써 주세요. 존댓말을 쓰도록 하고 선생님께는 두 손으로 드리고 받는 예절, 이름을 불렸을 때 ‘예’ 하고 큰소리로 대답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또 운동장에서는 마음껏 소리를 지르고 뛰어놀 수 있지만 교실에서는 조용히 하고 뛰어서는 안 되며, 화장실에서는 줄을 서서 기다리도록 질서와 규칙을 가르쳐 줘야 합니다.

가정보다 더 나은 학교가 없고 부모는 타고난 교사입니다. 새로 입학하는 귀여운 자녀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학교와 가정이 긴밀히 연계하면 교육효과를 훨씬 더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박은미 서울 옥수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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