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감귤값, 설대목 실종

  • 입력 2003년 1월 30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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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역 생명산업으로 불리는 감귤가격이 하락하면서 설을 맞는 제주 농심(農心)이 우울하기만 하다.

서울 등 대도시 농산물 공판장에서 경락된 제주 감귤의 평균 가격은 지난해 12월 ㎏당 640원선을 유지하다 계속 하락해 이 달 중순 400원대로 떨어졌다.

특히 과일값이 전반적으로 오르는 설 대목을 맞았지만 감귤 가격이 ㎏당 530원선에서 멈추는 등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감귤가격은 4년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 최근의 시세는 1999년 ㎏당 510원, 2000년 658원, 2001년 559원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처럼 감귤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감귤을 많이 재배하면서 감귤 재배면적이 지난 1980년 1만4094㏊에서 1998년 2만5860㏊로 크게 늘었고 저질 감귤의 유통과 대량출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감귤 가격이 장기간 하락하면서 감귤농사를 포기하고 작목을 전환하려는 농가가 속출하고 있다.

제주도는 2001년 377㏊, 지난해 398㏊의 감귤밭을 폐원 처리한데 이어 올해에도 300㏊를 폐원키로 하고 ㏊당 300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지만 폐원 신청 면적이 900㏊까지 달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20년 동안 공들인 감귤밭 7000평을 폐원 신청한 오영준씨(43·제주 남제주군 남원읍 의귀리)는 “농약대 비료대 등을 제하면 인건비도 건지지 못한다”며“감귤농사로는 생계마저 어려움을 느껴 한우 사육을 준비중이다”고 말했다.

제주지역 시민단체 학계인사 등으로 구성된 ‘제주감귤살리기운동본부’는 최근 결성식을 가진 뒤 감귤진흥특별법 제정해 오렌지 수입 등에 따른 관세액을 전액 감귤구조조정에 투자할 것을 촉구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감귤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추세이지만 불로초, 귤림원, 한라라이 등 특정 상표의 감귤은 괜찮은 가격을 받았다”며“이제는 고품질 감귤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임재영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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