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학습법' 화제 주인공 김동환 전도사

  • 입력 2003년 1월 10일 19시 11분


김동환 전도사는 허리디스크로 10년째 고생하는 등 건강이 나쁜 편이지만 스카이 학교 수업 등을 한 번도 빼먹은 적이 없다./권주훈기자
김동환 전도사는 허리디스크로 10년째 고생하는 등 건강이 나쁜 편이지만 스카이 학교 수업 등을 한 번도 빼먹은 적이 없다./권주훈기자
서울 5호선 장한평역 뒤에 자동차 폐부품을 쌓아놓은 야적장이 늘어선 골목 사이로 한참을 들어가자 낡은 2층 상가 건물이 보였다. 머리가 닿을 듯 천장이 낮고 허름한 계단을 올라 2층으로 들어서니 25평 남짓한 공간에 의자와 책상 30여개가 촘촘히 놓여 있었다.

김동환 전도사(29)가 94년부터 불우한 중교생을 무료로 가르치고 있는 스카이(SKY) 학교다.

서울대 종교학과 95학번, 2000년 전체 수석졸업. ‘국비 장학생에 최연소 교수를 보장한다’며 교수들이 추천한 대학원 입학을 마다하고 그는 이곳을 선택했다.

“아이들 대부분이 이곳에 처음 올 땐 꿈이 없었습니다. 집안 형편도 불우하고 공부할 의욕도 없고 그저 우르르 몰려 놀러 다니다가 사고나 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죠.”

서울대(S대) 고려대(K대) 연세대(Y대)를 의미하는 스카이(SKY) 학교가 유명해진 것은 단지 불우한 아이들을 모아 가르친 것 때문이 아니다. 김 전도사는 독특한 교육법을 적용해 인문계 고교를 갈 실력도 안 되는 아이들을 서울대 연고대를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만들었다.

그가 이곳의 경험을 토대로 쓴 ‘다니엘 학습법’은 지난해 7월 발매 이후 15만부가 팔려 기독교 도서 중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다니엘 학습법’ 인터넷 카페(hassad.godpeople.com)엔 1만명의 회원이 가입해있다.

그가 ‘신본주의(神本主義)’라고 부르는 독특한 학습법은 하나님을 위해 공부한다는 목표를 분명히 세운 뒤 매일 공부하기 전 기도를 하고 주일을 철저히 지키는 것.

“세속적 목표를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에 둔다면 마음의 목표는 하나님에게 두는 겁니다. 이것만 느끼게 되면 스스로 공부하게 됩니다. 또 공부가 어려울 땐 기도를 통해 하나님에게 의지합니다.”

아이들에게 공부시키는 것도 어려운데 하나님을 믿게 하는 건 더 어렵지 않았을까 싶었다.

“모든 걸 제가 솔선수범해서 아이들에게 보여줬습니다. 같이 기도하고 예배드리고 공부법과 시간관리를 1 대 1로 가르쳤습니다. 대학 때 제 스케줄과 성적표를 보여주며 ‘내가 이렇게 했다’고 알려줬습니다. 이후 제가 전하는 말을 자연히 따라하더군요.”

종교적 믿음을 떠나 그가 보여준 헌신이 아이들을 감동시켰다. 그를 따라 기도하고 공부하다 보니 성적이 올랐고 그래서 더 힘을 내는 과정이 반복됐다. 그것이 평범하지만 강력한 노하우였다.

중학교 시절 동네 ‘짱’으로 헬로(Hello)도 읽을 줄 몰랐던 이모군은 서울대 법과대를 지원하기 위해 공부하고 있고 고2 때까지 중하위권을 맴돌던 이모양은 지난해 연세대 생활과학부에 입학했다.

‘다니엘 학습법’ 인세 덕분에 이곳 환경은 ‘쬐끔’ 나아졌다. 선풍기형 난로 1개로 버티던 교실엔 온풍기가 들어섰고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청소년을 위한 개척교회를 세웠다. 하지만 가정이 어려운 아이들이 대학에 붙으면 등록금을 마련해줘야 하는 등 여전히 쪼들리긴 마찬가지.

다니엘 학습법이 인기를 끌면서 그를 부르는 대형교회가 많았다. 사택과 자동차를 주고 부목사 대우를 해주겠다는 것.

“교인이 수만명인 대형교회에선 수백명도 별게 아니지만 이곳에선 1명의 아이와 1명의 선생님이 귀합니다. 돈이나 생활의 안락함으로 이곳을 버릴 순 없죠.”

2년 뒤 그는 유학을 떠날 예정이다. 미국과 영국에서 구약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딸 계획이다.

“10년 뒤 제가 한국 기독교를 위해 하나님의 도구로 사용되고 싶습니다. 물론 귀국하면 청소년 사역을 계속할 거고요. 그동안 스카이 학교는 제가 가르친 제자들이 맡았으면 합니다. 제가 그들을 가르칠 때 처음부터 한 가지 다짐받은 게 있습니다. 내가 베푼 만큼 너희들도 남에게 베풀어라.”

상담 및 후원 문의 02-325-9627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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