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얼굴없는 천사들 3년째 돼지저금통"

  • 입력 2002년 12월 27일 22시 35분


혼자 사는 노인과 저소득층이 많이 사는 전북 전주시 완산구 중노송 2동 사무소(동장 천창신)에 ‘얼굴없는 천사’들의 선행이 3년째 이어지고 있다.

27일 중노송 2동사무소에 따르면 24일 오후 60대 남자가 전화를 걸어 “동사무소 옆 공중전화 부스에 돼지 저금통과 현금 등을 싼 보자기가 있으니 불우이웃을 돕는데 써달라”고 부탁한 뒤 전화를 끊었다.

직원들이 찾아가 보니 보자기에는 현금 100만원과 10원과 100원짜리등 동전 61만2060원이 가득찬 돼지 저금통이 들어 있었다.

또 어린이날 하루 전인 올해 5월 4일에도 같은 사람으로 추정되는 60대 남자가 “불우한 어린이를 위해 써달라”는 전화와 함께 동사무소 앞 장애인 도움 벨 앞에 현금 100만원이 든 보자기를 놓고 갔다.

지난해 연말에도 신원을 밝히지 않은 20대 여성이 동사무소를 찾아와 “불우이웃을 돕는데 써달라”며 500원짜리 동전으로만 무려 74만5500원이 든 돼지 저금통을 맡긴 뒤 총총히 돌아갔다.

2000년 연말에도 20대로 보이는 남자가 500원짜리 동전으로 58만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들고 와 똑같은 말을 남기고 자취를 감췄다.

직원들은 이들이 이 동네에 살고 있거나 이 동네와 관련이 있는 사람으로 추정하고 있다.

동사무소는 이들의 성금으로 쌀과 연탄을 구입, 관내 20여 불우이웃에 전달했거나 전달할 예정이다.

천 동장은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이 3년째 이어지고 있으나 신원을 알 수 없어 지금까지 고맙다는 말도 전하지 못했다”며 “이런 사람들이 있어 세상이 따뜻해 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주〓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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